[기자수첩] 연이은 산재, 11년 만의 사과가 충분치 않은 이유
[기자수첩] 연이은 산재, 11년 만의 사과가 충분치 않은 이유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1.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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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1년 만에 반도체·LCD 공정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특히 공정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3일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과거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책임을 인정한 건 이전에 권오현 회장이 했던 두 차례 사과와는 달랐다.

하지만 이날의 사과가 충분치 않은 건 11년이란 긴 시간 때문만은 아니다. 딸이었던 故 황유미 씨를 보내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문제를 알리는데 앞장 선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문제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부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지,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물질을 사용하다 병든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단연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산업계의 문제다. 최근 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서는 3개월 동안 3명이 감전·교통사고·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또 지난달에는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30대 근로자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 생산 공정이 멈추기도 했다. 발생 유형은 다르지만 모두가 산업재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사람 수만 964명,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993명이다. 여기에 재해자 수는 사고·질병을 모두 합해 8만9848명이다. 특히 종사자 규모별 전년 대비 재해자 증가수는 종사자 300명 이하 사업장보다 300명 초과 사업장이 더 많아 대기업도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통운은 300억원을 들여 전국 허브터미널의 작업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늦게라도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목숨을 잃고 나서 이뤄진 11년만의 사과와 300억원이 충분할리 없다. 누군가의 가족이 목숨을 잃거나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