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전 대법관, '사법농단' 피의자 전환 검토
이인복 전 대법관, '사법농단' 피의자 전환 검토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11.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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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3차 소환 불응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 검토
과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는 이인복 전 대법관. (사진=연합뉴스)
과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는 이인복 전 대법관.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통합진보당 소송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환 통보에 계속 불응하고 있는 이인복(62)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조만간 이 전 대법관에게 3차 소환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대법관은 참고인으로 두 차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며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검찰은 만약 이번 소환 통보에도 이 전 대법관이 불응할 경우 공무상비밀누설 피의자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전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4번째 전 대법관이 된다.

앞서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에서 행정처장을 지냈던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던 2014년 12월 옛 통진보 잔여재산 가압류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요청으로 옛 통합진보당 재산의 국고귀속 소송에 개입하는 데 이 전 대법관이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진당 재산 국고귀속 소송은 전례가 없는 만큼 재판부마다 결정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당시 청와대는 통진당 재산을 신속히 환수할 목적으로 행정처에게 "통진당 잔여재산 환수를 위해 가압류와 가처분 중 어느 것이 적정한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전 대법관은 통진당 가압류 사건과 관련된 중앙선관위 자료를 받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고, 행정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법리검토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박모 중앙선관위 법제국 해석과장에게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종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토 결과 행정처는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이 적당하다"는 취지의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문건'을 만들었다.

행정처가 청와대의 뜻에 따라 '모범답안'을 만들어 소송 당사자인 중앙선관위와, 결정을 내릴 법원에 제시해 재판을 사실상 기획한 것이다.

실제로 이 문건은 관련 사건을 담당하던 판사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각급 선관위는 통진당 예금채권을 대상으로 일괄 가처분을 신청했다. 전국 법원의 재판부도 같은 문건을 받았고 가처분 신청은 모두 인용됐다.

또한 이 전 대법관은 지난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자체조사에서 인사 불이익 정황을 알면서 은폐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이 전 대법관은 지난해 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대법원 1차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6일 행정처 캐비닛에서 블랙리스트 판사들을 찍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한 문건을 찾아내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신아일보] 박정원 기자

jungwon9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