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못했다" 머리숙인 문무일 검찰총장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못했다" 머리숙인 문무일 검찰총장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8.11.27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깊이 사과…다시는 인권유린 사태 없도록 할 것"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로 알려진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문 총장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2층 교육실에서 한종선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명을 만나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문 총장의 사과는 지난 3월 부산으로 내려가 고(故) 박종철 열사 부친에게 한 이후로 두 번째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기관 차원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총장은 "당시 김용원 검사가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과 비리를 적발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형제복지원 전체의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적절한 후속조치도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또 문 총장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특수감금죄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 총장은 "기소한 사건마저도 재판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면서 "이런 과정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만으로는 부족하겠지만 형제복지원 피해자 분들의 아픔이 회복되길 바라며 피해자와 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본연의 역할에 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총장은 사과에 앞서 당시 인권유린 등 피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사과문을 읽으면서도 말을 잇지 못해 잠시 멈추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문 총장과 만난 피해자들은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반성을 환영하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진상규명에 필요한 조치에 나서줄 것을 청원하는 등 내용의 요구사항 5건을 전달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부산 소재 해당 복지원이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은 인권 유린 사건이다.

복지원은 공식집계로만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장애인 등 3000명을 불법 감금했으며, 이 중 513명이 사망했다.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형제복지원의 실상은 1987년 당시 김용원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우연히 형제복지원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목격하면서 드러났다.

하지만 김 전 검사는 검찰 지휘부의 수사 방해와 정관계 고위층의 압력 탓에 축소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박 원장과 직원들을 일부 혐의로만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마저도 당시 대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박 원장의 강제수용과 감금이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를 다시 살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수사방해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시 수사 검사와 수사관, 검찰 지휘부, 수용자 등을 상대로 불법수용과 인권침해, 수사방해 등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 총장은 이 같은 권고를 수용해 지난 20일 대법원에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문 총장이 비상상고한 이 사건을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 배당하고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