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화학사고와 위해성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소고
[독자투고] 화학사고와 위해성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소고
  • 신아일보
  • 승인 2018.11.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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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극현 순천향대학교구미병원 환경보건센터 센터장
우극현 순천향대학교구미병원 환경보건센터 센터장

2012년 9월27일 오후 3시43분경 (주)○○글로벌에서 탱크로리로 이송해 온 99% 무수불산 용액을 공장 내부에 있는 저장탱크로 옮기는 작업을 위해 호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부주의로 약 8t 정도의 무수불산이 불화수소 가스로 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 전원이 현장 또는 병원이송 중 사망했으며, 지역주민들은 악취와 함께 호흡기, 눈, 피부 등에 자극증상에 시달리고 심한 경우 지역 내 3개 병원 응급실을 찾는 등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인근지역에는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졌고, 벼를 위시하여 멜론, 포도, 대추 등 각종 과일들과 나무들이 황백화 현상으로 고사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갔으며 언론이 가세하여 불산괴담(?) 수준의 각종 루머들이 떠도는 등 한 마디로 지역사회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진 느낌이었다.

위 내용은 구미 불화수소 가스 누출사고 당시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대규모의 화학사고로 법과 제도가 제·개정되고, 새로운 대응조직이 신설되는 등 화학사고와 관련하여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화학물질 누출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전문가 그룹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하고 대응방안도 미흡할 뿐 아니라 여전히 피해지역 주민들은 위해성 소통의 부재로 인해 크고 작은 화학사고로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13일 경북 영주시 소재 S기업에서 육불화텅스텐(WF6) 반응사고로 인근지역 주민들 가운데 입원환자 1명을 포함한 증상호소자들이 발생했다.

4월30일 구미합동방재선터에서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대구지방환경청, 구미합동방재센터, 영주시청 관계자 등이 모여 사전예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영향조사실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회의에 전문가의 입장으로 참여하게 됐다.

지역주민 26명이 사전예비조사에 참여했는데, 그중 1명이 안동과 구미의 2차병원에 5일간 입원을 했음에도 잠 못 이룸, 어지러움, 매스꺼움 등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회사 담당자와 함께 영주에서 구미센터까지 먼 길을 달려 온 그 분과 상담을 하게 됐는데, 면담 전에는 그 분이 보상을 받기 위한 다른 속셈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안동과 구미의 병원을 거치면서도 노출된 물질의 특성에 관한 내용과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인 건강 영향이나 후유증 등에 대해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는지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고 더 이상 병원에서 해 줄게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위해성 소통(Risk Communication)의 부재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호소하는 것이었다.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상담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었더니 가슴이 다 시원하다며 너무 고마워했다.

물론 의료진의 입장에서 화학물질로 인해 어떤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경험해 보지 않고는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도 생각이 들지만 우리와 같은 환경보건센터가 각종 화학물질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급만성 건강 영향에 관한 사항과 아울러 위해성 소통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침서를 개발 보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됐다.

이 일이 있은 후 회사 관계자가 위해성 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향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우리 환경보건센터와 MOU를 체결하여 긴급대응 뿐 아니라 근로자들을 위한 정기 교육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최근에는 천안의 한 사업장에서 70%의 불산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밸브 연결부위에서 누출되어 수산화칼슘으로 중화작업을 하고 난 다음 날, 4명의 근로자가 밸브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게 됐는데 이음매 부위에 남아 있던 불산에 노출되어 흡입 또는 피부에 묻어 화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간단한 임상검사와 처치 후 특별히 해 줄게 없다는 병원 측의 설명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숨참 등의 증상호전도 없고 너무 불안하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리 환경보건센터로 연락을 해 왔다.

궁금해 하는 사항을 전화로 1차 상담했지만 직접 만나서 설명을 듣고 싶다하여 4명의 근로자가 천안에서 구미까지 승용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달려와 만난 일이 있었다.

1시간 정도에 걸쳐 사고 경위와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먼저 묻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구자료와 물질에 대한 특성 및 건강에 대한 급·만성 영향과 2012년 불산 누출사고 때의 경험에 대해 설명해 줬더니 너무 고마워하면서 본인들의 원하여 2일간 본원에 입원, 종합적인 검사를 받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나 라돈 침대 또는 여러 다양한 환경성질환 문제와 관련해서나 얼마 전 대구지역의 수돗물에 과불화화합물 검출 관련하여 먹는물 안전성에 관한 현장점검 때도 마찬가지로 해당 전문가의 공정하고도 원활한 위해성 소통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위해성 소통(Risk Communication) 이라함은 위해성의 본질, 크기, 중요성, 조절에 대한 정보의 교환 또는 위해성에 대한 정보의 목적적 교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해성 소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환경을 구축하고 참여적이고 협조적인 협력자를 확보하며 관련당국과 대중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서 이용된다.

위해도 소통은 관리의 전단계로서 위해도와 위해도 관리의 책임이 있는 조직, 위해도 관리 결정과정 등에 이해 당사자들의 인식을 판단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이해 당사자들의 경쟁적인 요구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고 모든 당사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위해도 소통 담당자는 위험인자의 건강영향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져야 하며 건강영향조사와 관련이 있는 정부 담당자, 사업장 관계자, 중재자, 특히 직업환경의학 의사나 전문가들은 위해성 소통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소통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위해도 소통팀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통과정에서 요구되는 위해성 발표 시에는 지역주민, 시민조직, 건강관련 전문가, 언론매체 등 관련자들의 태도 및 관심의 정도, 지식 수준, 참여의 정도와 유형을 알아야 하고, 주관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가능한 한 정량화하고 정직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배려하며 소통해야 한다.

또한 청중의 모든 계층에 같은 정보가 전달되도록 해야 하며 어떻게 자료가 모아지고 분석되었으며 해석되었는지 등 불확실성과 그 발생원에 대해서도 함께 다뤄야 한다.

이렇게 위해성 소통을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함으로써 화학사고로 인한 불행을 더 잘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우극현 순천향대학교구미병원 환경보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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