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갑 닫게하는‘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기자수첩] 지갑 닫게하는‘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11.25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23일 금요일 오전 9시59분 57초, 58초, 59초...

시계바늘이 오전 10시 정각을 가르킴과 동시에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모니터, 마우스 커서 옆 모래시계는 멈출 줄 모르고, 덩달아 속마음도 타들어간다. 이번에도 실패다.

매년 11월 말에 펼쳐지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의 흔한 풍경이다. 미국에서 유래한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네 번째 주 금요일에 한해동안 다 팔지 못한 재고를 큰 폭의 할인율로 판매하는 세일기간을 의미한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정해놓은 시간에 특정 할인 품목들을 한정된 수량에 온라인마켓에 공급한다. 이에 오픈시간이 임박하면 몰려든 온라인 소비자들로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지거나 아예 서버가 마비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물품을 큰 폭의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기업들에게는 재고상품을 줄이고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맞춰 다양한 할인 이벤트들이 열린다. 그러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오히려 실망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첫 화면에 큼지막한 글씨로 ‘반값세일’, ‘미친할인’ 등 자극적인 문구들로 클릭을 유도한다. 그러나 막상 결제를 하려고 보면 특정 합계액 구매시 할인해주거나, 할인 전 금액을 터무니없이 높여놓고 할인율을 적용해 실질적으로는 일반 구매가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야하거나 특정 카드사의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등 할인조건도 까다로운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변질된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를 촉진해 내수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영영 닫히지 않도록 기업들이 현명한 블랙프라이데이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