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前 대법관 검찰 출석…“국민‧후배 법관에 죄송”
고영한 前 대법관 검찰 출석…“국민‧후배 법관에 죄송”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11.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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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박병대 이어 세 번째 전직 대법관 검찰 출석
‘부산 법조비리’ 무마 의혹등…양승태 소환시기 고민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으로 의심되는 고영한(63) 전 대법관이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로써 고 전 대법관은 차한성, 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중에서는 3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고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옳은 판결,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는 후배 법관들을 포함한 법원 구성원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랄 뿐”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갈음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한 뒤 재판부에 복귀해 지난 8월 퇴임했다.

이 시기 고 전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과 공모해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사건을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고 전 대법관이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미루도록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 등에 관여한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 전 대법관이 판사비리 수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을 만들라고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고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사건의 주심을 맡아 사건 심리를 고용노동부 측에 유리하도록 진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대법관을 지낸 인사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면서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신병처리 방향을 정한 뒤 양 전 대법관의 소환 시기를 결정할 전망이다.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