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이 어렵다. 각종 경제지표들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고용지표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고용은 통계를 낸 이래 최악인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도 이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인식아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첫 회의가 열려 세삼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사노위 첫 회의에는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다. 경사노위는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여 출범시킨 사회적 대화기구로, 노동계와 경영계 등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지만 결국 민주노총이 빠져 출발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당초 18명으로 출범할 예정이었던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몫을 뺀 17명으로 닻을 올리면서 민주노총의 조속한 참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출범 하루 전인 21일 결국 거리로 나섰다. 대화보다는 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경사정위 참여를 호소했다. 또 지난 7월에도 김 위원장과 예정에 없던 회동까지 가지며 경사정위 참여를 설득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끝내 참여를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2020년 최저임금 만원 공약을 이미 파기한데다가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려는 등 노동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제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탄력근로제를 확대함으로써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친재벌 노선으로 변질됐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에도 반대하는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에 관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초과근무수당 등이 사라지는 등 실질적인 임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과도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큰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어려운 국가 경제는 외면한 채 총파업에 나선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워 보인다. 노동계도 우리 경제의 과와 실을 함께 나누는 엄연한 한 축인데 어려운 때에 책임은 외면한 채 실익만을 챙기려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 더군다나 공공기관을 무단 점령하는 등 불법 과격시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2019년 산업전망 세미나’에서는 내년도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우리 경제의 주력인 6개 주력 제조업 전망에서 전기·전자만이 그나마 호실적을 보이는 유일한 산업일 것으로 전망됐다. 배터리와 멀티 카메라 분야의 강세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됐다. 벌써부터 올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반도체 분야와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발주 호재가 있는 조선업 분야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분야는 내년에도 고전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부과 등 대외 환경도 이들 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산업들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계층의 이익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국민의 여론도 탄력근로제 확대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