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세계 최고의 공연을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방북”이라고 말할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공연 예술가가 관객 앞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음악에는 연주로, 미술에는 전시로, 연극이나 오페라는 무대공연으로 표현한다.
공연에는 실내공연도 있고 야외공연도 있다.
세계 제1의 야외공연을 꼽으라면 이탈리아 베로나시의 아레나 원형경기장 공연일 것이다. 유럽인들은 지금도 여름이되면 휴가를 맞아 시원한 베로나 야외공연장으로 오페라를 보러 몰려든다. 매일 저녁 9시경 공연이 시작될때쯤 3만여명의 관객은 지휘자를 반기기위해 촛불을 밝히며 시작을 알린다.
사람의 마음을 현실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갖게하는 것이 문화요 예술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정주영 회장 만큼 감동과 위로를 준 예술가가 있을까? 1998년의 소떼방북은 남북한 23만㎢의 무대와 75억명의 관객에 남북한 두 정상을 조연출로 소떼 1001마리를 진두지휘한 지구상 가장 뛰어난 최고의 창작예술품이다. 아니 그것은 차라리 사건이었다. 바로 그것을 모두 기획하고 연출한 지휘자가 83세의 노장 마에스트로 정주영이다.
그야말로 기막힌 공연의 성공 3대 요소를 두루 갖춘 것이었다.
백년전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오페라단이 브라질 순회공연중 지휘자와 단원들간에 연주방식을 두고 불화를 빚고는 홧김에 지휘자가 공연장을 떠나버린 불상사가 일어났다.
어수선한 그 와중에 오케스트라 단원중 왜소한 18세 청년 첼로연주자가 당돌하게 자신에게 지휘를 맡겨 달라고 요구했다. 공연 개막이 코앞에 닥친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희안한 코메디가 연출될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오하고 그 청년에게 무대를 맡겼다.
그런데 이 청년이 단상에 올라 장장 3시간이나 되는 기나긴 오페라를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그것도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지휘하며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
그는 이일이 있기 전에는 한번도 지휘를 공부한적도 지휘를 해본적도 없었다. 그는 본래 극도의 근시였던 탓에 악보를 보면대에 형식상 올려 놓았을 뿐 언제나 모든 악보를 암기했던 것이다.
오늘날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전설적인 지휘자이다.
어쩌면 우리는 분단이후 가장 정치적으로 큰 소용돌이에 놓여있다. 현실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세계열강은 하나같이 자국이익 논리에 맞게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경제는 모두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요 젊은이들은 꿈을 접고 자포자기하며 공장의 불빛은 하나씩 희미하게 꺼져만 가고 있다.
정치가 경제요 경제가 민심인데, 민심을 움직여 경제의 원동력을 살리고 정치가 반대로 뒤에서 푸는 길은 없을까?
이럴때 다시한번 1998년의 소떼방북같은 빅 이벤트로 세계인의 눈이 한반도로 향한다면 그 울림은 자연스럽게 평화로 연결될 것이다.
토스카니니가 순수예술이었다면 마에스트로 정주영은 인간 모두를 감동케하는 종합예술에 사전적 의미의 정치를 가미시킨 지구상 가장 혁신적인 전위예술가였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분명 이 순간도 미래의 정주영은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 국민은 위기에 강한 국민이었으니까.
지금도 그때의 장면을 회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름은 나만의 감동일까? 다시한번 이 땅에 제2의 정주영 혼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1998년 소떼방북 마에스트로 정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