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번에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이른바 ‘생활적폐’를 정조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3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강도 높은 생활적폐 청산을 주문했다. 대표적으로 언급한 것이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과 채용비리, 그리고 갑질문화 였다. 그러면서 입법 여건을 핑계 대지 말고 법령 개정 없이도 개선이 가능한 부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이제 겨우 절대 부패국가에서 벗어난 수준이다. 조사 대상 180개 국가 중 순위는 겨우 51위였다. OECD 35개 회원 국가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29위로, 거의 꼴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을 자랑하는 경제 규모 등 국가 위상에 비해 너무나 부끄러운 현실이다.
출범과 함께 적폐 청산을 줄기차게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가 9대 생활적폐를 설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근절하겠다고 나선 배경도 이러한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권력형 적폐라는 사실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다. 개혁의 1순위로 어김없이 정치권이 꼽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과거 관행이란 이유로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부정·부패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시대적 요구에 맞게 공공부문과 공적 영역, 재정보조금이 지원되는 분야의 부정부패부터 먼저 바로 잡아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부패와 부조리의 문제들을 청산해 나가는 것이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눈높이로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부패를 청산해나가는 것은 굳이 생활적폐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국민들이 느끼는 변화의 체감도가 훨씬 클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부패와의 전쟁을 펼쳐왔다. 그리고 각 국가의 형편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 지금도 부패 청산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만큼 현대사회가 높은 수준의 청렴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부패 척결이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제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패는 단순히 제도를 도입한다고 척결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부패의 싹을 잘라낼 수 있다. 부패 없는 청렴국가를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5년 임기 내내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부패는 잡초 같아서 뿌리를 뽑은 듯 하지만 잠시 방심하는 새 더욱 은밀하고 교모하게 그 세력을 확장한다. 그때는 더욱 강력한 생명력으로 우리사회를 갉아먹게 된다. 그야말로 암(癌)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잡초가 생길 때마다 뽑아내는 농부의 마음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이제 생활적폐와의 전쟁, 그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