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인권유린' 형제복지원 사건, 30년만에 법정에 선다
'끔찍한 인권유린' 형제복지원 사건, 30년만에 법정에 선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11.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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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검찰개혁위 권고 수용…대법원서 단심제로 판결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끔찍한 인권 범죄를 저지르고도 관련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던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이 대법원에서 30년 만에 다시 가려진다.

대검찰청은 2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강제로 노역에 종사시키고 가혹 행위를 한 형제복지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을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13일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가 재수사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문 총장에게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비상상고는 형사사건 확정 판결에서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총장만 신청할 수 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북구에서 운영됐다.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원은 공식집계로만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장애인 등 3000명을 불법 감금했으며, 이 중 513명이 사망했다.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이런 형제복지원의 참혹한 실상은 1987년 당시 김용원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우연히 형제복지원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목격해 조사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김 전 검사는 가혹 행위 등을 조사해 형제복지원 원장을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지난 1989년 7월 13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지난 2016년 6월 27일 사망했다.

이에 대해 검찰개혁위는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박 원장 등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규정한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에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문 총장이 권고를 수용해 비상상고를 청구함에 따라 형제복지원 사건은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때로부터는 29년 만에 대법원의 사건 심리가 다시 받게 됐다.

다만 대법원 심리를 통해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의 효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판결이나 소송 절차에서 위법이 발견됐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인 비상상고는 원심이 증거 등을 부당하게 판단해 생긴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거나 적용된 법이 위헌으로 결정됐을 때 진행하는 '재심'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재심과 달리 비상상고는 유·무죄는 물론이고 면소·공소기각 등으로 확정된 판결도 대상이 된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박 원장 등의 특수감금 행위에 대해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형법상 정당행위라고 보고 무죄로 판결한 부분이 '법령을 위반한 심판'에 해당한다고 검찰개혁위는 판단했다.

비상상고된 사건은 대법원에서 단심제로 진행된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