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골든타임,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
[독자투고] 골든타임,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
  • 신아일보
  • 승인 2018.11.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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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진주소방서 천전119안전센터 지방소방장
강현욱 진주소방서 천전119안전센터 지방소방장 

몇 년 전 제주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 장소가 인근 소방서에서 400m 남짓의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도로를 점거한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소방대의 현장 접근이 어려웠고 이는 우리 소중한 이웃들의 대형 인명 참사로 이어졌다.

이처럼 도로에 불법 주정차 되어 있는 차량들은 소방출동로 상의 큰 장애물로서 재산과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초기 5분의 골든타임을 길에서 모두 허비하게 만든다. 화재현장에서의 초기 5분은 화재의 연소 확산 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간으로 이를 놓치면 연쇄적으로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건물 내부 진입이 곤란해져 소중한 생명의 생존 가능성 또한 현저하게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골든타임은 비단 화재 뿐 아니라 구급현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는 이 5분 내외의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과 더불어 소생 가능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설사 생명을 건지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의 발생으로 정상적인 삶의 영위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렇듯 긴박한 골든타임의 확보를 위해 정부는 도로교통법 개정과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소방차 출동 후 5분내 현장 도착률은 60%수준에 불과하며 구급차의 골든타임인 5분내 도착률은 55%도 채 되지 않았다. 급기야 정부는 최근 교통신호 연동 제어를 통한 소방차 우선출동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불법주정차,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의무 위반 단속이라는 강력한 대책을 들고 나섰다. 물론 이런 정책들이 제 효과를 발휘해 긴급차량들의 현장 도착률이 높아질 수 있다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필자는 앞선 여러 정책적 대안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가 가지는 양보의식의 질적 향상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민사회는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과 의무를 올바르게 이행할 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잠시 비켜주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잠시 멈춰 서자. 잠시 멈춤이 나와 가족,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 된다. 금덩이랑 비교할 수 없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잠시만 양보하자. 우리는 언제 어떻게 가슴 졸이며 애타게 소방차와 구급차를 기다려야 하는 당사자가 될지 모른다. 혼잡한 도로 위에서도 우리 모두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달려가는 소방차와 구급차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양보하는 시민들이 넘쳐나길 기대하고 한 방울 한 방울의 작은 양보가 모여 거대한 모세의 기적이 만들어지길 상상해본다. 골든타임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니까.

/강현욱 진주소방서 천전119안전센터 지방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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