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애인 고용 외면한 금융기관들
[기자수첩] 장애인 고용 외면한 금융기관들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11.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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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과 민간 금융회사 내에 비치된 공공 흡연실을 이용하다보면 의외로 다양한 직원을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화 내용이나 행동만 봐도 이들의 서열(?)이 어느정도 인지 눈치 챌 수 있다는 점이다. 주로 임원보다는 관리자나 말단 사원들이 혼자 혹은 둘씩 짝을 지어 흡연실을 찾는다. 흡연실 속 풍경은 밝은 표정의 사람보다 대체로 어두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직장 내 쌓인 스트레스를 담배 한 대로 날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우리네 현실인가보다.

흥미를 끄는 점은 또 있다. 일부 금융공기업 내 비치된 공공 흡연실에서는 휠체어나 목발을 짚고 오는 장애인 직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동료가 뒤에서 휠체어를 끌어주고 다른 직원이 목발을 짚은 동료와 함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흡연실로 걸어오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데 민간 금융회사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기 힘들다. 민간 금융회사는 비흡연자 장애인만 채용했기 때문일까. 기자는 민간 금융회사에서 장애인 채용을 외면한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의원(정의당)이 국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1.07%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3곳은 장애인 고용률이 전체 직원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고용률 1%를 간신히 넘겼지만 매년 고용률은 줄고 있었다. 5대 은행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아 2014년부터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무려 592억9000만원에 달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최근 4년 간 18억원에 달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장애인 고용 대신 벌금을 내는 것은 이제 금융기관의 관행(?)으로 완전히 굳어버렸다. 대기업에서 장애인 채용 기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더 아쉬운 점은 개선의지조차 없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은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됐다. 지혜와 혜안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장애인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족(蛇足)을 전제로 한 가지 제안을 던져본다. 공공 흡연실에 장애인 직원들이 좀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경사로 등 배려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신아일보] 성승제 기자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