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주인공 SK…MVP 한동민 "우승하니 이렇게 좋다"
'가을 야구' 주인공 SK…MVP 한동민 "우승하니 이렇게 좋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1.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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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한 SK 와이번스 외야수 한동민이 시리즈 MVP 수상에 앞서 팀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한 SK 와이번스 외야수 한동민이 시리즈 MVP 수상에 앞서 팀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한국프로야구 우승컵의 주인공은 SK 와이번스였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는 두산을 5-4로 누르며 2010년 이후 8년 만이자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힘든 싸움이었다. 5회말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완벽한 피칭을 펼쳤던 SK 선발 메릴 켈리가 3-0으로 앞선 6회말 3실점을 내줬다.

이어 8회말에도 1실점하면서 SK는 아쉬운 역전을 당하는 듯했다. 하지만 9회초 최정의 극적인 솔로포로 기사회생했다.

집중을 잃지 않은 SK는 연장 13회초 한동민의 솔로포가 터져 나오며 재역전 했고, 13회말 에이스 김광현이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것은 불펜이었다. 이날 경기로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각오한 SK와 벼랑 끝에 선 두산은 각 팀 투수를 총동원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SK는 연장 13회 팀의 간판투수 김광현 마무리 등 7명의 투수를 동원했고, 두산은 이용, 이영하, 박치국, 함덕주, 조쉬 린드블럼 등 9명의 투수를 몽땅 투입했다.

팽팽했던 싸움은 불펜이 바닥난 두산이 13회초 마운드에 올린 유희관이 한동민에게 초구를 던졌다가 벼락같은 결승홈런을 맞으면서 마무리 됐다.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두산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부실한 불펜이 치명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치열한 싸움을 증명하듯 경기 시간도 길었다. 오후 6시 30분 시작한 이날 경기는 자정을 앞둔 오후 11시 37분이 돼서야 끝났다. 긴 시간 내내 양 팀은 말 그대로 '끝장 승부'를 보였다.

SK의 이날 승리는 정규리그에서 무려 14.5경기나 앞섰던 1위 두산을 꺾은 값진 것이었다. KBO리그가 단일리그로 치러진 1989년 이후 정규리그 1위가 아닌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5번째다.

특히 올해가 SK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미국 출신 트레이 힐만 감독은 출범 37년째를 맞이한 KBO리그에서 외국인 사령탑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힐만 감독은 경기 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정말 엄청난 기분"이라며 "일찍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 모든 감정을 흡수해서 믿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야구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경기 시작 직전 잠실구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 와이번스 모자와 점퍼를 입고 그룹 관계자들과 3루 응원석에서 열띤 응원을 벌였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6차전에서 결정적인 솔로포를 만든 한동민에게 돌아갔다. 한동민은 PO 5차전 끝내기 홈런 전까지 20타수 2안타로 부진했으나 마지막 한방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생애 최초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고,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KS MVP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한동민은 "내가 MVP를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김태훈이나 메릴 켈리가 받을 줄 알았는데…"라며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우승하니까, 이렇게 좋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샴페인 샤워를 즐기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샴페인 샤워를 즐기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이날 짜릿한 승리를 거둔 SK 선수단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우승 시상식을 마친 뒤 야구장 인근 리베라 호텔로 이동해 축승회를 열었다.

경기가 너무 늦게 끝나고 시상식마저 이어진 탓에 축승회는 경기 다음 날인 13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선수들과 SK 야구단 관계자들은 피곤함을 잊은 듯한 모습으로 승리를 만끽했다.

포스트시즌 경기 영상을 보며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홈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 자리에서 최창원 구단주는 "드디어 우리가 해냈습니다"라며 "이틀 동안 술을 다 쏜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주장 이재원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주장이어서 영광스러웠고, 이 선수들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며 기쁨을 전했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