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최경환에게 준 1억원…뇌물 아닌 국정운영 일환"
이병기 "최경환에게 준 1억원…뇌물 아닌 국정운영 일환"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8.11.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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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줘서 국정원 예산이 늘었냐…오물 뒤집어쓴 것 같은 1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의 예산 증액을 요청하는 대가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넨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억원을 준 것은 맞지만, 뇌물이 아닌 국정운영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12일 열린 최 의원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뇌물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원장은 "내일이면 수감된지 1년이 되는 날인데,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굴욕과 모욕을 당하면서 1년을 살아왔다"며 "무슨 뇌물을 줄 사람이 없어서 동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부탁을 했겠느냐"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제가 최경환 의원에게 1억원을 줘서 국정원 예산이 증가하기라도 했느냐"며 "오히려 국회 정보위에서 20억원을 더 깍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세계 경제 위기라는 소리가 있을 때라 기획재정부가 잘 움직이는 게 대통령이나 나라를 돕는 것으로 생각해 지원한 것이다. 그게 전부다"면서 "저는 국정원장 발령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정치개입' 네 글자를 지워버리겠다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예산이 통과되는 날 기재부 직원들을 격려한다고 피자 350판을 보냈는데, 거기에 들어간 1000만원도 대통령 특활비에서 나왔다고 한다"고 현 정부도 특활비를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전 원장은 또 뇌물죄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입장에서 지원한 것이 뇌물이라고 했는데 무죄가 나왔다"며 "제가 20년 동안 데리고 있던 후배들에게 국회 대책이나 업무 활동에 쓰라고 몇백만원씩 지원한 게 뇌물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국정원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편의를 바라고 최 의원에게 1억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 의원은 이와 관련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