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도, 공사원가 공개 신중했어야
[기자수첩] 경기도, 공사원가 공개 신중했어야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1.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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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 원가 공개'를 두고 건설업계와 경기도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경기도가 지난 9월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사원가 공개를 강행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는 세금이 투입된 관급공사에 들어간 재료비부터 노무비, 기업들의 이윤까지 국민에게 공개해야 마땅한 정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건설업계는 계약 당사자 외 일반인에게 영업비밀을 모두 누설하는 조치라며,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전 산업에 걸쳐 제품의 원가를 공개한 사례가 어디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활동 측면에서 제품 원가는 매우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상품 가격이 적정한지, 과도한 거품이 낀 것인지 손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공사원가 공개와 함께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억 소리 나는' 건설상품의 원가를 알고 싶은 소비자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경기도민 중 92%가 공사원가 공개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런 여론에 호응하는 경기도의 행보에는 일명 '사이다'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그러나 다수가 원하는 일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 법이 경영 또는 영업상 비밀을 '비공개 정보'로 보호하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제품 원가와 같은 정보가 업체 간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소 주관적인 기업의 '적정한 이윤'에 대한 계약 당사자 외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파급력과 소비자 알권리라는 공익적 가치의 저울질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법률자문 결과 원가정보 공개가 건설사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업계 반대를 묵살하고 서둘러 원가공개를 결정해버렸다.

건설업계는 "영업비밀 보호차원에서 위법·위헌 소송밖에 답이 없다"는 법적 자문 결과를 손에 쥐고 있지만, 실제 법정 싸움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수퍼갑인 발주자를 대상으로 법정에 들어서고 싶은 을이 어디 있겠는가. 

혈세를 지불하는 도민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경기도의 명분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선전포고로 시작해 독단적 결정으로 끝난 공사원가 공개. 우리나라 최대 지자체의 정책집행 과정이라 하기에 너무 성급하고 허술했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