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있었다…총 5차례 발생"
경찰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있었다…총 5차례 발생"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1.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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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도 기소의견 송치…'전과목 정답' 메모 등 확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쌍둥이 자매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 결과 경찰은 실제 문제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여고 전임 교무부장 A(53)씨와 그의 쌍둥이 딸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오전 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업무방해 혐의로 A씨와 그의 쌍둥이 자매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치러진 총 5회의 정기고사에서 자신의 쌍둥이 자녀들에게 시험지 및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쌍둥이 딸은 부친으로부터 문제를 유출 받아서 부당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쌍둥이가 문제·정답 유출 없이 제대로 시험을 본 것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한 번뿐으로 나타났다.

즉, 문제 유출은 쌍둥이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석권한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압수물 등 분석을 통해 쌍둥이 자녀 중 한명의 휴대폰에 영어 서술형 정답이 저장된 사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메모 등을 포착했다.

또 시험지에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 주거지에서 미리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빈 시험지 발견 등 정답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 증거들도 확보했다.

A씨가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가 교무실 금고에 보관된 날에 각각 근무 대장에 시간 외 근무를 기록하지 않고 야근한 사실도 확인했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는데, 2학기에는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그러다 2학년1학기에는 문·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했다. 그러자 학원가를 중심으로 성적 급상승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 후 지난 8월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기초사실 조사 뒤 9월5일 숙명여고 교무실과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에 대해서는 디지털 포렌식 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A씨는 이달 6일 구속 전에 네 차례, 구속 후에 한 차례 소환 조사했고, 쌍둥이 자매는 총 세 차례 조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쌍둥이 자매는 노력으로 성적이 향상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A씨 부녀와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3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전 교장·교감·고사총괄담당 교사는 서울시교육청 및 학교 지침에 의해 A씨를 정기고사 검토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나, 해당 사실만으로는 학업성적 관리업무를 방해한 방조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에서 드러난 학교 성적관리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경찰은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 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안지침을 명확히 마련하고, 시험지 보관장소 CCTV 설치·금고 개폐이력 저장 등 시설 보안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재학생과 시험 출제와 관련된 교원의 특수관계를 사전에 정확히 확인해 통일된 규정 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