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여성이 지나가면서 말한다. “유튜브 보니 이제 TV는 시시하데.”
버추얼(Virtule)과 유튜버(Youtuber)가 결합된 브이튜버(Vtuber)라는 신조어가 일본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 ‘가상유튜버’로 CG캐릭터 등을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창작자들을 일컫는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브이튜버는 올해 1월 기준 187개이던 채널 개수가 반년도 지나지 않은 7월 기준 4475개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6개월 만에 2500% 성장한 셈이다. 같은 기간 채널구독자도 428만명에서 1394만명으로 급증했다. 브이튜버 중 320여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키즈나 아이’는 지난 5월 일본관광국 산하 뉴욕 사무소의 공식홍보대사로 임명됐을 정도다. 중요한 점은 일본에서는 플랫폼, 개발자, 캐릭터 디자이너 등 브이튜버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유튜버의 시장포화와 구독자 피로감이 새로운 형식의 1인창작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을 우리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동영상 시장의 가치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40대가 주축인 X세대(1961~1980년생)에서 작년 기준 약66%가 유튜브를 이용한다. 또 메조미디어의 지난 9월 조사에 의하면 일주일 평균 모바일 동영상 시청 비중이 40대는 35%에 달하며, 8시간 정도의 시청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반면 TV시청은 34.7%로 이제는 40대 연령층에서도 TV보다 모바일 동영상 시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나 TV를 떠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가 됐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이 요리사, 유튜버, 웹툰작가, 프로게이며 등인 것은 이런 모바일 동영상 소비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유튜브의 영향력이 크다.
실제로 와이즈앱의 2016년부터 2년간 우리나라의 모바일 동영상 컨텐츠 시청경로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유튜브의 월 시청시간은 294억분에 달하며, 이어서 카카오가 181억분, 네이버 119억분, 페이스북 37억분 순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격차는 7.5배에 달한며, 2016년 9월 이후 유튜브는 2년 새 120억분 이상의 시청시간 급상승을 보였다. 또한 모바일 유튜브 앱의 월간 순 사용자수는 3000만명에 육박하고, 카카오톡과 네이버는 점점 그 이용시간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유튜브를 필두로 한 모바일 동영상의 약진 이면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소위 쿡방, 먹방, 뷰티, 게임 등 일부 분야에 콘텐츠가 집중 되고 있고, 일부 자극적인 내용으로 수익에 열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미디어기업들에 산업이 편중되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어 자칫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들이 대형 미디어그룹 플랫폼에 종속화 될 우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여과없는 잘못된 정보들의 사회현상 왜곡, 개인권리 침해 등 갖은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애초에 유튜브를 권장한 아이폰이나 구글 기반의 안드로이드폰 덕에 유튜브가 강세일 수밖에 없는 독점현상도 우리 산업에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는 모든 연령층이 모바일환경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산업환경을 조성해 가야 한다. 또 기업과 창작자들은 아직까지 크게 검열과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수익에만 몰두하기에 앞서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 동시에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플랫폼과 기술,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4차 산업을 선도하고 새로운 먹을거리로서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가 자리 잡게 하는 기본이라는 것을 민·관 모두 깊이 새겨야 할 때다.
/고재태 신아 C&P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