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값싼 전기요금은 '권리' 아니다…국민적 인식전환 필요
[기자수첩] 값싼 전기요금은 '권리' 아니다…국민적 인식전환 필요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11.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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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당장은 공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투입되는 기회비용은 결국 점심값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에너지가격도 마찬가지다. 값싼 전기요금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1MWh당 109.1달러(한화 약 12만원) 수준이다. OECD 평균요금인 156.9달러의 2/3밖에 되지 않는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수준인 산업용 전기요금은 특히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전력 구매단가에도 못 미치는 '경부하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경부하 요금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이 다른 나라보다 값싼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공짜 점심이 존재하지 않듯 공짜 전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눈앞의 값싼 전기요금에 현혹돼 잠재해 있는 사회적 비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선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력 '과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분야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17년 간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연평균 4.3%씩 증가왔다. 터키(5.5%)에 이어 OECD 국가 중에서 2번째로 높아 전력 소비량 증가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은 모두 0.3% 수준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력수요가 예측하기 어렵게 치솟으니 전력공급도 계속해서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올 여름만 해도 공급력은 1억kW를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확보했지만 폭염에 전력수요가 치솟자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블랙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반면 폭염이 끝나면 전력이 불필요하게 남아돈다는 비판이 어김없이 나온다. 지난 9월24일 전력예비율은 83.4%에 달했다.

그 뿐일까. 우리나라의 값싼 전기료를 노리고 마이크로스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 소프트뱅크 등 외국 IT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등 환경비용은 소비자가 아닌 사회에 전가되고 있다.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다"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발언처럼, LNG 등 연료가격이 올라도 이를 가공해서 만드는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해 한전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에너지 사용량이 15% 수준에 그치는 수송용 에너지에 에너지 세제 80%이상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보면 값싼 전기료를 위해 그 만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말 수립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위한 워킹그룹은 최근 권고안에서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을 조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부 단체 및 언론에서는 '전기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탈원전 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값싼 전기료를 '권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외면한 무임승차에 가깝다. 합리적인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