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등·하원에 도시락지참…사립유치원 폐원 '꼼수'
자가 등·하원에 도시락지참…사립유치원 폐원 '꼼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1.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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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교사 피해 호소…교육 당국 "최선 고민 중"

'비리 유치원' 파문의 이후 일부 사립유치원이 일부러 정원충족률을 낮춰 원아 수 부족을 이유로 폐원을 유도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치원들의 이 같은 '꼼수'는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유치원들은 일부 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면서 학부모에게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일례로 울산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들에게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학부모가 국가에서 직접 받아 납부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돌렸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원아가 유치원에 등록하면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학부모가 이를 국가에서 받아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이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황당한 교육변경 사실도 알리기도 했다.

변경된 내용에 따르면 수업시간은 오전 8시40분부터 낮 12시40분까지 4시간까지이고, 점심 도시락은 원아가 따로 지참해야 하며, 등·하원 버스없이 알아서 귀가해야 한다.

이 유치원이 이처럼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운 것은 폐원을 목적으로 일부러 정원이 채워지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우는 유치원에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억울함을 호소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학부모는 "그만두라는 말 같은 허울뿐인 진급 신청서에 신청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며 "아무 힘도 없는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은 교사들도 학부모들 만큼 유치원의 이 같은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폐원을 검토하는 유치원의 교사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처지임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사립유치원 교사는 아닌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들어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1년마다 직장을 옮길 수 있는 특수한 상황으로 퇴직금 지급도 안 된다.

자신을 사립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유치원 비리 근절 3법' 정책에 대한 반대로 오늘 폐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도 버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 당국은 현장의 변칙적인 폐원 시도로부터 학생·학부모·교사 피해를 줄이려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폐원하더라도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와 유아 지원 계획(원아 분산수용) 등은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들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