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화재 5년간 252건…“창문 없고 좁아 꼼짝없이 갇혀”
고시원 화재 5년간 252건…“창문 없고 좁아 꼼짝없이 갇혀”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8.11.0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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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5시께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한 고시원에 불이나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아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고시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병원에 이송되고 6명이 대피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은 10여 분만에 진화됐다.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고시원의 통로는 좁고 창문이 없는 방도 존재하며 그나마 창문이 있는 방도 틀이 좁아 화재 발생 시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구조다. 더욱이 스프링클러가 없는 경우도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2009년 7월 개정된 소방법에 따르면 고시원은 다중이용업소로 규모와 상관없이 반드시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2009년 7월 이전에 지어진 고시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오래된 고시원은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날 종로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도 2009년 이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중 252건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다중이용업소 화재 10건 중 1건은 고시원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고시원은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나눠 살다보니 화재 위험성도 아파트, 오피스텔 등 다른 거주지보다 높은 편이다.

또 건물주가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방을 증설하는 '방 쪼개기'가 화재 위험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현아 의원이 받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적발된 원룸·고시원 불법 방 쪼개기는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1892건에 달했다.

김 의원은 "방 쪼개기는 환기시설과 대피로를 축소하고 내벽을 내화구조가 아닌 석고보드로 마감해 화재와 소음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10일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와 관련해 소방 당국과 경찰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윤민규 종로소방서 지휘팀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을 통해 "10일 오전 10시 소방과 경찰, 전기, 가스 등 유관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인다"며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이 어디인지 등을 조사해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