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세컨더리보이콧 우려한 계좌해지, 최선인가
[기자수첩] 美 세컨더리보이콧 우려한 계좌해지, 최선인가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11.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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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이 이란인 고객들의 계좌해지를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재개되자 자체적으로 이란인 계좌 거래를 제한하고 있지만 기존에 개설된 계좌를 해지하는 높은 수위의 제재는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초 계좌를 개설한 이란인 고객들에게 12일까지 계좌를 해지해 달라는 통보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고객의 계좌는 지난달 31일부터 입출금 등 거래를 제한해버렸다.

이는 이란인들의 신규 계좌 가입을 막는 거래 제한 조치일 뿐 예금 출금까지 막는 동결과는 다르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현재 KEB하나은행의 이란인 계좌는 출금과 계좌 해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조치라고 해명했다.

미국으로부터 이란과의 자금 세탁 의심을 사 제재를 받게 되면 은행의 존립이 위협을 받을 수 있고 그로인해 다른 고객에게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보증해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란인들을 상대로 국내 거래용 계좌까지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요구한 적도 없는데 국내 은행이 한발 더 나아가 이란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보다 더 수위를 높여 제재를 한 것을 두고 은행의 잠재적 손실 위험 최소화를 이유로 용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도 KEB하나은행의 처사는 지나친 감이 있다.

타 은행들도 세컨더리보이콧을 염려해 이란인 계좌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제재수위는 조절하고 있다.

이란인들에 대한 제재는 신원검증 강화와 해외 송출 제한 정도로 기존에 개설된 계좌를 해지하거나 신규 계좌개설을 아예 차단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제재 범위를 넘어서 거래 일체를 하지 못하도록 계좌를 해지해버리는 것은 한 은행의 이해득실의 문제를 넘어 한국과 이란 간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금융당국도 나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미국 제재 범위 안에서 이란인 고객들을 배려하도록 은행들에게 협조요청을 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은행의 몫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