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알박기 집회, 법이 보장하는 집회 아냐"
대법 "알박기 집회, 법이 보장하는 집회 아냐"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1.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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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이 인근에서 다른 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직원들을 동원해 여는 '위장 집회'(알박기 집회)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알박기 집회'는 주로 대기업이 자사에 대한 항의성 집회를 막기 위해 집회장소를 선점할 목적으로 이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43)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씨는 2016년 5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앞에서 현대차 직원들이 먼저 신고해 집회를 하고 있는데도 '맞불집회'를 열어 현대차 측의 집회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현대차 직원들은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고, 고씨는 같은 장소에서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현대차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찰은 고씨가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미신고 집회를 열고, 다른 집회를 방해했다며 고씨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현대차 직원들이 먼저 신고하고 연 집회는 집시법상 보호가치가 없는 집회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가 갖는 헌법적 기능, 집시법의 입법 목적 등에 비춰보면 현대차 직원들의 집회는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고씨 등이 집시법에 의한 보호가치가 있는 집회를 방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고씨가 집회를 방해한 혐의 등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맞는다고 봤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