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 갈등 심화…韓·日 관계 악화일로
'징용판결' 갈등 심화…韓·日 관계 악화일로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8.11.07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SEAN·APEC 회의서 한일 회담 없어…"지금은 무리"
日 연일 강경 발언…韓 "계속되면 상응한 대응할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징용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하라는 국내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 한·일 양국의 대립이 정상외교까지 비화된 모양새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달 중순 각각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다.

보도에 따르면 회의 기간 동안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주요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추진한다.

하지만 제3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기간 한일 양국이 연례행사처럼 개최하던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는다.

이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보상 판결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국제 여론전으로 번진 상황에서 당장 회담을 가지기 껄끄럽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징용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측에서도 일본 측에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하지 않았고 일본 측도 한국 측에 회담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지금 분위기로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을 둘러싼 한일 간의 대립이 첨예해 지는 데에는 일본 측에서 쏟아져 나오는 강경 발언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양국은 이번 징용판결 이전에만 해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일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일본 측이 거센 반응을 보내면서 한일 양국의 관계가 급격하게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 이전부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방침을 흘린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우리 정부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을 정했다.

이에 더해 일본의 외교사령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양국 갈등에 불을 지피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간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라”, “한국은 같이 일하기 힘든 나라” 등 막말 수준의 발언을 발표해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른 의원들까지 나서서 한국에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일례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에서 한국에 의한 국제법 위반 상태가 생긴 것"이라며 한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극우 국회의원들 모임은 최근 지난달 독도를 방문한 우리나라 의원들에게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근거를 대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반응이 도를 넘어서는 듯 보이자 잠잠하던 우리나라도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금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대응이 계속되면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육탄 공세로 대응하기에 앞서 신중하게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 실장은 "대법원판결을 존중하면서 일본과의 관계는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교계에선 사실상 아베 총리를 정점으로 한 일본 정부 분위기가 강경한 만큼 사실상 실마리를 찾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