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40년 묵은 때 벗는다"…업역 장벽 폐지
"건설업 40년 묵은 때 벗는다"…업역 장벽 폐지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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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종합·전문시장 개방 '법 개정 추진'
공공 우선 적용 후 민간공사까지 단계적 확대
지난 9월5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9월5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지난 40여년간 고착된 건설산업 생산구조를 뜯어고친다. 개혁 목표는 '직접시공 원칙 기술력 기반 경쟁시장 구축'이다. 이에 따라 종합-전문건설업의 상호 시장을 공공에서 민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업역구분 폐지' 관련 법령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고, 업종 통폐합 및 업자 등록기준 완화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7일 국토교통부는 '직접시공 원칙 기술력 기반 경쟁시장 구축'을 골자로 한 '건설산업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사·정 합의로 마련된 로드맵은 큰 틀에서 △업역구분 폐지 △업종 개편 △업자 등록기준 완화로 구성됐으며, 오는 2022년까지 이번 정부 임기 내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종합·전문건설업 각자의 시장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통과시킬 계획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발의 시점을 오는 9일로 예상했다.

이번 개혁은 지난 1976년 제정된 건산법상 업역 규제가 △저가 하도급 △불공정 거래 △다단계식 재하도급 △업종 간 이해관계 대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지게 됐다. 

현행 건산법에는 토목과 상하수도공사 등 2개 이상의 공종이 섞인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사만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건설사는 도장이나 석공 등 단일 종목으로 돼 있는 공사만 시공할 수 있고, 복합공사의 경우 종합건설사의 하도급을 받아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직접시공 원칙 아래 상대 업역(시장)의 기술자·장비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종합건설사는 전문건설사가 수행하던 공사를 수주하거나 다른 종합건설사의 하도급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전문건설사도 토목이나 건축, 조경공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단,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10억원 미만 공사의 종합건설사 간 하도급은 금지됐고, 2억원 미만 전문공사의 원도급은 2024년부터 허용키로 했다. 또, 급격한 산업 생태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 이후 오는 2021년 공공공사에 우선 적용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분류된 건설산업 업역 및 업종.(자료=국토연구원)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분류된 건설산업 업역 및 업종.(자료=국토연구원)

업역규제 폐지와 발맞춰 업종체계도 개편한다. 하나의 공사는 토목과 타일, 철강 등 여러 종목(업종)으로 이뤄져 있는데, 현재는 종합 5종 및 전문 29종으로 지나치게 세분된 공종분류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예를 들어 시공기술이 발전해 A 공종면허 보유자가 여러 공사를 수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이를 금지하고 있거나, 일부 업종 면허가 만능처럼 여러 공사를 수주할 수 있어 업역 다툼의 원인이 됐다.

이에 국토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문공종을 10개 내외로 통폐합하는 대신, 소비자가 특정 공종에 특화된 업체를 쉽게 선별할 수 있도록 업체별 세부 실적과 기술자 정보, 처분이력 등을 공개하는 '주력분야 공시제(가칭)'를 도입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건설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자본금 요건을 현행 2~12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0년까지 면허별 50% 수준으로 단계적 하향한다. 이는 시장진입 문턱이 너무 높아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신규 업체가 유입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건설산업 구조 혁신을 위해 여러 정부가 노력해 왔으나 번번이 무산됐을 만큼 예민한 사안인 탓에 업계와 이견을 조율하느라 (로드맵) 발표 예정일이었던 9월을 훌쩍 넘겼다"며 "이번 개혁을 통해 실력 있는 업체가 더욱 성장하고, 종합-전문건설업을 거치며 발생하는 유통마진 거품도 제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