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문 진위 묻는 것도 성폭력 2차 가해"
법원 "소문 진위 묻는 것도 성폭력 2차 가해"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8.11.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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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부족 지적…"비난 가능성 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성폭력 피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게 진위를 묻거나, 주변 소문을 전달하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경찰관 A씨가 소속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같은 부서의 여경에게 사실 여부를 물으며. 주변에서 피해 여경을 부정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소문을 전달했다.

또 그는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며 피해 여경에게 말하는가 하면, 감찰조사를 받았는지 추궁하며 제보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다른 경찰에게 피해 여경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소속 경찰청 징계위원회는 A씨에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으로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 처분으로 감경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다시 불복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뚜렷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 점 등을 이유로 강등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행위가 중과실에 해당한다며 "징계 수위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가 당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높은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요구된다"면서 "하지만 원고는 성폭력에 관련된 2차적 가해행위에 해당하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해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성인지 감수성은 오랜 고정관념이나 남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 관념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또 재판부는나 "피해 여경의 처지에서는 심한 성적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비록 언어적 행위에 그쳤다 해도 이를 경미한 과실로 보긴 어렵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징계양정 규칙상 A씨의 행위는 최대 해임까지 가능하나, 소청심사위가 A씨의 사정을 고려해 강등으로 바꾼 만큼 추가 조정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