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유류세가 인하됐다. 정부는 내년 5월6일까지 6개월 동안 휘발유·경유·LPG 등에 대한 유류세를 15% 내렸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100% 반영될 경우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23원, 경유는 87원, LPG와 부탄은 30원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0㏄ 중형 승용차를 기준으로 휘발유를 가득 채울 경우 최대 8610원의 유류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내 자영주유소의 유류 재고분은 현재의 가격대로 판매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는 데는 1~2주의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는 재고에 상관없이 인하된 유류세를 기름 값에 즉시 반영할 예정이지만 직영주유소는 전국 주유소의 10% 수준인 1만2000개에 그쳐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시간 가격 동향 파악에 나서는 한편 재고 소진 후에도 가격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10년 만에 부랴부랴 유류세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 하강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높아지면서 소비와 생산을 짓누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인 휘발유 등의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제유가의 가격 상승 폭이 관건이다.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유류세 인하폭을 상쇄시킬 정도로 오를 경우 약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두 차례 휘발유와 경유 등의 유류세를 인하한 바 있다. 실제로 유류세를 10% 인하했던 지난 2008년 3월의 경우 인하 전보다 평균 휘발유 가격이 오히려 더 올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1653원이던 평균 휘발유 가격이 50원 오른 1703원을 기록했던 것이다. 물론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국내 유가는 더욱 올랐을 것이다. 다행이 2008년과 달리 국제유가가 하락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우리나라가 대(對)이란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된 점도 국제유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제유가 등 외부 외인에 기대어 국내 경기가 진작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국제유가 외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금리 인상 등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들은 수두룩하다.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참에 휘발유 가격의 53%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류세 비중이 과연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나아가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났던 각종 사회간접시설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투자 확대는 고용을 유발하고 소비를 촉진시켜 우리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경기는 수없이 많은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한 결과물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