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 협력할 것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협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 개최는 이미 5당 대표와 합의된 일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함께 시작된 여야 간 예산전쟁에서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통과와 국정협력을 요청하는 의미가 깊다.
같은 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470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이 법정기한인 12월2일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갖고 국회 심사에서 470조5000억원의 ‘원안사수’를 다짐하기도 했다.
내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다. 문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 출발점이 재정 확대 및 일자리 예산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야당에 협치를 강조하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결속을 다짐하는 것과 달리 그 결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이 선심성예산 삭감을 벼르면서 현미경 심사, 면도날 심사를 예고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년도 예산의 가장 큰 암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의 교체설이다. 지난 서너 달 동안 떠돌던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정부측 대표선수’가 힘이 빠져버렸다.
특히 ‘김&장 교체설’을 루머로 일축하던 청와대도 최근 입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후임자의 하마평까지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에 관한 협상과 조율이 제대로 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이상하다.
김 부총리의 교체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기재부에서는 1·2차관과 1급인 차관보급 등에 대한 연쇄 인사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어수선 하다는 전언이다.
개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심하고 그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거치면 된다. 하지만 국가와 정부의 중차대한 일이 있을 때는 개각의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관례다. 그럼에도 국회의 내년도 정부예산 심사를 앞두고 경제수장의 교체설이 기정사실화 된 것은 정상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대통령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김 부총리의 교체 시기가 묘하다 못해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