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무것도 안된다” 이국종 교수의 소리없는 메아리
[기자수첩] “아무것도 안된다” 이국종 교수의 소리없는 메아리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11.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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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상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무전기를 집어 던지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영상 속 그는 중증외상환자의 빠른 이송을 위해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원활한 소통을 도와주는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분노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장에서 필요한 인터컴, 무전기 지원을 요청한지 8년째”라며 “아무것도 안되는 데 뭘 해요”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국내의 중증외상환자는 매년 10만여 명에 이른다. 특히 사망률은 35%에 이를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이에 복합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 교수가 오랫동안 이를 알려왔지만 실상은 고장나거나 노후화 된 장비조차 제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나마 이 교수가 발로 뛰며 얻어낸 민간 기업의 후원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는 도서‧산간 등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신속한 이송을 돕기 위해 지난 2011년 이래 닥터헬기를 도입했지만 현재 전국에 6대 뿐이다.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에도 오는 2019년 1대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인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올해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이 교수는 닥터헬기 운용에 관한 고충으로 ‘시민 의식’을 첫손에 꼽았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1분1초를 다퉈야 하는 닥터헬기가 소음 등의 민원으로 착륙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관련기관에 지원을 요청해도 중간관리자 선에서 ‘윗사람’ 핑계를 대며 묵살하는 상황도 빈번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환자를 위해 수술대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할 의사가 수술대를 내려와서도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이다.

의사가 싸워야할 대상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죽음이다. 자신을 외면하는 ‘윗사람’들과 이기적인 국민들이 아니다.

수십 년째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한 의사의 외침이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국가와 국민이 응답하기를 바란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