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지칭하는 명칭의 하나인 ‘천만도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물론 서울의 인구는 2010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지난 2016년에는 1000만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의 상당수가 인접지인 경기도로 옮겨갔다는 것을 감안하면 천만도시의 위상만큼은 여전하다. 때문에 현실에서는 서울로의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지역까지도 범 서울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
이렇다보니 서울 부동산가격에 대한 논의는 끊이질 않는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는 기본적인 지적부터 투기세력에 의한 비정상적인 시장의 왜곡이라는 논리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항상 서울의 부동산은 공격의 대상이 되고 핵심요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다보니 심지어는 금리를 크게 인상해서 강남의 부동산가격을 잡아야한다는 무지한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부동산가격의 안정방안을 규제에서 찾으려 했다. 투기세력이라는 적폐를 누르면 왜곡된 시장이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에 대한 구분은 제시한 적이 없다. 또한 투기세력이 부동산시장을 교란시켰다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어찌보면 부동산규제인 분양가상한제로 양산되는 로또아파트가 오히려 불평등을 야기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무주택자라는 위치가 벼슬도 아니다보니 이들이 아파트분양에 당첨만 되면 얻어지는 시세차익을 정당한 수익으로 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비난에 결국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주요 도심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제한한 상황에서 서울의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란 불가능하다. 때문에 서울 근교를 추가로 개발하지 않고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3기 신도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3기 신도시는 계획 등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도 없이 급하게 추진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부지확보와 입지에 관한 논란이 가시화됐다. 공급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조속한 사업지의 확보를 위해 그린벨트지역의 해제를 요구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여기에 수도권 지자체들이 동조하면서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더구나 기존의 2기 신도시들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보다 서울접근성이 우월한 위치에 3기 신도시를 공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추진된 GTX같은 사회기반시설의 주된 목적이 수도권에서의 서울접근성을 높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번 3기 신도시의 공급이 서울과 인접지역으로의 인구집중도 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작 부동산가격이 이슈가 되는 지역은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별다른 방안도 없이 무작정 인접지역의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더해진다. 최근에는 신도시 후보지의 개발정보로 추정되는 내용이 유출돼 토지매매에 활용되고 있다는 언론기사까지 등장한 것까지 감안하면 신도시 개발을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요소로만 보기도 어렵다.
이상적인 국가정책은 백년대계가 돼야 한다. 특히나 계획수립에서 완공까지 수십 년이 소요되는 신도시같은 부동산정책은 충분한 계획과 검토를 거쳐 논란의 여지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따라서 비록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졸속으로 수립한 계획을 급하게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