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30일 대법은 “배상책임을 불인정한 일본의 판결은 국내효력이 없다”면서 “신일철주금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03년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신일본제철소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 이후,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지 13년 8개월 만의 일로 의미가 크다.
1997년 일본 현지 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이후 우리나라 법원에 제기한 소송도 여러가지 이유로 최종 결론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그 배경은 일본과의 외교 관계만을 고려했던 박근혜 정부와 사법부의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사법 농단’ 사건으로 최근에야 그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고 1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난 강제 징용의 고통보다 더 길게 느껴진 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다행이 1명이라도 살아 계셨을 때 억울함을 풀 수 있는 판결이 나온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이미 소멸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판결은 일본 법원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으면서 ‘사법 주권’을 택한 결단으로 보인다. 또한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전면 부정하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쟁점이 비슷한 근로정신대 재판도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양금덕(90)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올라와 있다. 이 판결도 3년 넘게 계류돼 있어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대법원과 전국 각급 법원에 10여건의 관련 소송이 심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들 개인적 보상은 시간이 걸리거나 힘들 수도 있다. 일본이 아직까지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올바른 역사인식을 회피한 채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한일 양국 정부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당분간 냉각될 것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사 청산없인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는 불가능하다.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는 인권 유린과 노동력 착취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간의 협정과는 별개로 개인적 배상은 당연하다하겠다.
일제시대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