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학교서 성차별적 언행‧행동 겪었다”
10명 중 8명 “학교서 성차별적 언행‧행동 겪었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8.10.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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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말과 행동 가장 많아…학교 내 성차별 여전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말과 행동 - 시민 제안 사례. (자료=서울시여성가족재단)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말과 행동 - 시민 제안 사례. (자료=서울시여성가족재단)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언행이나 행동을 경험한 사람이 10명 중 8명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교사의 말과 행동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다음달 3일 ‘학생의 날’을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 - 학교편’ 설문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바꾸자는 취지로 재단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528명의 시민이 738건의 의견을 냈다. 참여자 성별 비율은 여성과 남성 2대 8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언행이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묻는 문항에 참가자 86.7%가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과 남성이 각각 87.8%와 82.5%로, 성별에 상관없이 학교생활에서 성차별적 언행‧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생활 중 성차별이 가장 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4.5%가 ‘교사의 말과 행동’을 꼽았고, 이어 ‘교칙(27.5%)’, ‘학생의 말과 행동(11.2%)’, ‘교과 내용(11.0%)’, ‘진로지도(10.0%)’ 순이었다. ‘교훈’과 ‘급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8%가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에게 ‘공부를 못해도 결혼만 잘 하면 된다’거나 남성에게 ‘지금 공부하면 와이프 외모가 바뀐다’는 등 성적과 배우자의 외모를 연결짓는 말도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설문조사에 응한 시민들은 시급히 바꿔야 할 성차별 사례로 △‘조신한’ 여학생, ‘듬직한’ 남학생 등 성별에 따라붙는 수식어 △고정된 편견에 따라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교과내용 △일률적인 교복·남녀 번호 △시대와 맞지 않는 낡은 교훈 등을 지적했다.

또 시민들은 “엄마 모시고 오라”는 요구에 대해서 ‘엄마’ 대신 ‘보호자’를 소환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보호자의 역할을 여성인 엄마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가족구성원이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밖에 교복, 출석번호, 이성 간의 짝꿍 등 학교생활에서 당연하게 정해진 규정이나 규칙과 관련해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요구도 많았다

강경희 재단 대표이사는 “학교생활은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학교생활 전반에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과내용과 교훈, 급훈, 교칙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컨설팅, 의식교육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