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8개월 만의 승소…강제징용 피해자의 '눈물'
13년 8개월 만의 승소…강제징용 피해자의 '눈물'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10.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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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식씨 "혼자 있어 슬프다"…시민단체들 "판결 환영"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씨. (사진=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씨. (사진=연합뉴스)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

13년 8개월이란 긴 시간 끝에 법원이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으로 등장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환하게 웃다가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눈물을 보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전범 기업과 싸웠던 동료 피해자들을 그리워했다.

이씨는 "재판을 오늘 와보니까 혼자 있어서 슬프고 초조하다. 울고 싶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같이 했었으면…"이라며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앞서 이씨는 17세이던 1941년 강제징용돼 임금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하고 구 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에 중노동을 했다.

해방 이후 이씨는 2005년 함께 일하던 동료 3명과 한국에서 정당한 사과와 대우를 받기 위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4번의 재판 후 재상고심의 확정판결이 5년가량 미뤄지면서 함께 일본 전범 기업과 싸웠던 동료 피해자들은 하나둘 곁을 떠났다.

이에 긴 침묵을 깨고 드디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재판을 내놓은 이날, 함께 기쁨을 나눠야 할 동료들은 남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 고(故) 김규수씨의 부인인 최정호(85)씨는 "조금만 일찍 이런 판결이 났으면 이런 좋은 소식을 맞고 가셨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재판 결과를 두고 기뻐하는 것은 피해자 측 만이 아니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마침내 정의가 되살아났다는 반응을 보이며 재판 결과를 환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을 전면적으로 환영한다"고 반겼다.

이들은 "신일철주금은 판결에 따라 원고들에게 즉각 배상금을 지급하고, 제소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도 이번 판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강제노동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위한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중당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선고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중당은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배소를 제기한 지 무려 13여년 만에 내려진 것"이라며 "오늘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재판이 길어진 것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때문"이라며 "사법 적폐 청산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