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대신한 무책임 답변, ‘국감무용론’ 키웠다
재벌 총수 대신한 무책임 답변, ‘국감무용론’ 키웠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0.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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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수십 번 제기된 전속거래 문제 “몰랐다”
현대重, 9670억원 자사주는 제외한 구조조정
한국GM, 불출석으로 논란만 더 키워
서연이화, 당뇨 불출석 통보 후 해외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대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김성화 기자)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대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김성화 기자)

올해 국정감사는 예년과 다르게 재계 총수일가의 증인 출석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그만큼 책임감 없는 태도가 동반돼 국감 무용론만 더 키웠다.

이달 10일부터 20일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두 번 출석한 현대자동차는 15일에는 정재욱 구매본부장, 25일에는 이원희 사장이 출석했다. 둘은 현대차 JIS(직서열시스템), 전속거래 구조하에서 언론과 현대차 협력업체, 시민단체 등에서 수없이 제기한 납품단가 인하와 금형탈취 문제에 대해 여태까지 “몰랐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또 협력업체에 영업비밀 제공을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최근 “상생자금을 위한 것”이었다며 부인만 했다.

애초 정의선 부회장이 국감출석을 요구 받았지만 무산되며 이 사장과 정 본부장이 출석했지만 의미있는 대책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 사장이 “2차 협력업체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앞서 이 사장의 국감출석 하루 앞둔 24일 정 부회장은 ‘1차 협력업체’만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현대중공업도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일 정무위 국감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영이 어려워 현금 확보 노력이 필요함에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전량을 처분하지 않은채 9670억원 남겨놓고서 인적분할 당시 지주사에 배정했다”며 “지주사로 넘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량 처분했다면 구조조정 노동자 고통이 조금이라도 더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환구 대표이사 사장은 “9670억원 자사주의 존재를 몰랐다”고 답변했다. 강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주주로 있던 현대오일뱅크과 관련해 2011년에서 이후 2015년 단 한 차례 배당이 이뤄졌음에도 “현대오일뱅크 배당은 2015년부터 (이익이) 발생해 2016년부터 배당이 가능했다”며 사실관계가 틀린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국감 증인 출석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태도도 여전했다. 지난 4일 R&D 법인 분리로 또 다시 철수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GM은 카허 카젬 사장이 국감에 불출석했다. 당시 산업은행이 제기한 주주총회 가처분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철수 의혹에 대해 명확히 밝힘으로써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는 기회를 더 키워버리는 자리로 만들었다.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서연이화는 그간 국감에서 보여준 재계 형님들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했다. 유양석 회장은 증인출석을 요구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변호사를 통해 “당뇨로 인한 건강악화”로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 하지만 현재 유 회장은 폴란드에 위치한 하청업체 문제로 해외출장을 나간 상태다. 이번 출장 또한 서연이화의 갑질에 따른 폴란드 공장의 납품 거부가 이유인 것으로 전해진다.

총수의 대답은 여타 인물들과의 답변과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광고비' 논란으로 출석한 박현종 BHC 회장은 “광고비가 온라인 광고인지, 오프라인 광고인지 세부내역을 점주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은 지적 받았고 인정하지만, 광고비 분배는 문제 없다”며 “상생협약 관련해 공급가 인하를 포함한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한편 대책 마련 약속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했다.

총수 일가의 부재에 따른 국감 무용론에 대해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 팀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같이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사장단이 출석해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기 어려우며 지시한대로 정해진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여당을 비롯한 국회에서도 경기 상황이 좋이 않으니 재벌들을 부르는데 적극적이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재벌 관련 이슈는 이번 국감에서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권 팀장은 “총수들을 불러도 제대로된 팩트와 질의를 통해 답변을 요구하는 의원도 적고 많은 이슈들이 다뤄지는 국감 일정 속에서 제대로된 질의를 하기도 어렵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이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위원회 별 상시 국감을 작동시키는 것이 국감 무용론의 대안일 것”이라 밝혔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