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IT업계 노조바람 거세다
네이버·카카오 등 IT업계 노조바람 거세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10.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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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런치모드·포괄임금제 등 근로환경 개선 요구
노동친화 정부·워라밸 중시 분위기 등 맞물려
업계 관계자 “당분간 노조 출범 계속 될 것”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 4월 네이버에 이어 넥슨, 스마일게이트, 안랩 등 최근 IT 업계에서는 잇달아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한 IT 업계전반에 노동환경 개선 바람이 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이 같은 분위기가 다른 기업들로도 확산될지 이목이 쏠린다.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노동조합 설립 선언문’을 통해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Krew union)’ 설립을 선언하고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졌다”며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포괄임금제가 상존하고 분사에 따른 구성원의 동의 과정은 생략되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뒤이어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복원하고 카카오의 중요한 결정에 크루(근로자)의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불충분한 정보와 피드백을 통한 성과보상 방식에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카카오 노조는 IT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인권과 기본권 확충을 위해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IT업계 노조들과 연대활동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네이버를 시작으로 넥슨, 스마일게이트, 안랩에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에 속속들이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현재 이들 4개 기업 노조는 현재 40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노조 불모지로 일컬어지던 IT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셈.

실제 지난 4월2일 국내 최대 검색업체 네이버는 1 999년 창사 이후 최초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네이버 노조는 선언문에서 “회사가 성장하면서 초기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정보기술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뒤이어 9월에는 게임업계 부동의 1위인 넥슨에 노조가 탄생했다. 이들은 게임 개발 마감을 앞두고 연장 근무와 고강도 노동을 지속하는 게임업계 악습인 ‘크런치 모드’의 개선과 함께 공짜 야근과 주말 출근, 빈번한 장시간 노동 등을 야기하는 ‘포괄임금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계 최대 기업인 안랩에도 199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출범했다. 사내 보안서비스사업부를 물적분할 하기로 결정하면서 회사가 직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노조 결성의 배경이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노동 친화적인 정부 아래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앞다퉈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IT업계의 경우 장시간 노동의 일상화와 포괄임금제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실제 지난 7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83개 IT업체 중 79개 업체가 각종 노동법을 어긴 혐의로 적발된 바 있다.

아울러 워라밸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도 노조 설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규모 있는 기업에서도 노조 출범을 앞두고 있는가 하면 이미 출범한 노조에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귀뜸하며 “이 같은 분위기가 IT산업 전반의 근로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