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칼럼리스트의 말 한마디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백선생’으로 유명한 백종원씨가 출연중인 프로그램에서 무리한 설정이 불편했다는 취지의 평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방송은 자신의 방법으로 빚은 막걸리를 고집하는 청년 창업자의 막걸리가 대중적으로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막걸리 맛을 보고 제조지역을 맞추는 테스트를 예능스럽게 보여줬다. 칼럼리스트는 그 모습에서 청년이 선보인 막걸리가 더 맛이 없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인위적으로 보여주려 했거나, 청년이 막걸리에 대한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것 같은 진행방식이 거슬렸나 보다. 칼럼리스트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화된 달달한 막걸리 맛이 더 맛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청년사장의 막걸리가 맛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맞는 말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주로 접하는 막걸리는 누룩대신 입국과 단맛을 내는 아스팜탐을 흔히 사용한다. 그의 말처럼 입국대신 누룩을 사용하고, 단맛을 내는 첨가제를 넣지 않아 보편적이지 않은 청년의 막걸리를 대중은 이상한 맛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칼럼리스트는 이런 점들의 일부를 비판적 시각으로 언급 했을 뿐이며 그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다만 백씨는 창업에 더 초점을 맞췄고, 전체 틀에서 보면 수많은 요식업 창업자들이 폐업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해보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가진 선의가 예능이라는 형식에서 비롯된 티보다 크다고 보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백씨는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도 ‘한 해 18만명 이상이 요식업을 시작해 90%이상이 폐업한다’면서 이미 포화상태인 요식업계에 준비 없이 뛰어드는 섣부른 창업과 신고만으로 가능한 낮은 진입문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제도적 보완과 창업준비, 교육지원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지금으로부터 1500여년 전, 남북조 시대의 안지추라는 문인이 후세를 위해 집필한 안씨가훈에는 ‘오서오능’이란 말이 나온다. ‘날다람쥐는 다섯가지 재주가 있지만 기술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말인데, 후대 당나라 학자 공영달은 ‘날 줄 알지만 지붕은 못 넘고, 나무를 올라도 타넘지는 못한다. 수영은 해도 골짜기는 못 건너고, 굴을 파지만 제 몸은 못 감춘다. 달릴 줄 알아도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다’고 풀이했다. 재주를 갖추었으나 미숙하거나 여러 가지를 조금씩 잘하는 것은 한 가지에 집중하느니만 못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단순히 좋아해서 또는 남보다 조금 나은 재주가 있다고 섣불리 창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경영의 노하우가 창업 당사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백씨도 이 점을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며, 요식업 창업자들이 백전백패하는 창업원론 제1원칙을 짚어주고자 하는 의도였다는 것은 행간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요식업 창업 도전자들은 음식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철저한 준비와 전문성을 갖겠다는 노력이 뒷받침돼도 될까 말까한 것이 우리 요식업 창업의 환경이라는 백씨의 말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또 어려운 환경에도 요식업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해서 정부도 이슈가 있을 때만 근시안적으로 대안을 내놓아선 안 된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 불공정 관행을 면밀히 살피고, 한눈에 알기 쉬우면서 접근이 편리하도록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해 원스톱 제도를 갖춰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