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좋은 일자리 얻지 못해 결혼·출산 '포기'
청년세대, 좋은 일자리 얻지 못해 결혼·출산 '포기'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8.10.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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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그룹 "저출산 완화, 사회보장확대·성평등 실현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청년 대다수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취업하기가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기존 저출산정책을 재구조화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구성한 민관 전문가그룹은 25일 '저출산 미래 비전(안)'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문가그룹에 따르면 결혼(사실혼 포함)은 출산율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결혼해서 독립된 생계를 꾸리고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려면 먼저 취업부터 해야 한다. 취업을 못 하면 연쇄적으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이후 생애주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전문가그룹은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 이렇게 취업의 어려움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심각한 청년실업의 현실은 통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실업률은 2008년 7.4%에서 2011년 8.7%, 2014년 10.2%, 2017년 11.3%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인다.

1980년 80%를 넘어섰던 20대 남성 고용률은 2000년 66.3%로 떨어지더니 2017년 60% 이하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학업을 연장하거나 구직을 반복하거나, 아예 포기하기 일이 생기는 까닭이다.

특히 전문가그룹은 구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좋은 일자리는 자신의 경력개발에 도움을 주고 적정수준 이상의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다. 많은 청년이 경력 개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한계가 있는 비정규직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이 경우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청년세대가 비정규직 신분으로 취업한다 해도 소득수준이 낮아 결혼과 출산이라는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문가그룹은 지적했다.

이렇게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시기도 미뤄지고, 한 가정의 자녀 수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1996년 26.7세였던 여성의 첫아이 출산연령은 2016년 31.4세로 올랐다.

전문가그룹은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안정된 취업활동과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돌봄 부담과 교육비용을 분담해주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해 객관적 삶의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평등 실현을 통해 여성이 도맡는 육아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주관적인 행복 수준을 높여야 세계 최장의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문가그룹은 진단했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