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신입생 모집에 엄마, 아빠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동원되던 진 풍경이 사라질 전망이다. 입학신청·추첨·등록을 모두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시스템 개통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립유치원 504곳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4배를 넘어선 것으로 전체 사립유치원의 12.3%에 달한다. 11월 개통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 유치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처음학교로’는 온 가족이 동원되는 불편을 덜고 학부모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난해 국공립유치원은 대부분이 ‘처음학교로’를 이용한데 비해 사립유치원은 2.8%만 참여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최대 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처음학교로’ 시스템 적용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등 사립유치원 사이에서 불참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유치원 회계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개별 유치원들이 가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또 시·도교육청의 참여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 지원금을 줄인다는 방침도 가입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충남지역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116곳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면서 전면 불참을 선언했던 한유총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거부할 경우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은 뻔하고, 거기에 재정지원까지 삭감되는 등 불이익 앞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한유총은 24일 “유아들을 믿고 맡겨주신 학부모님들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청렴도 개선방안 등을 내놨지만 교육당국의 잘못 때문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학부모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일부 유치원들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도 열심히 유치원을 꾸려가고 있는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비양심적인 운영으로는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전체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시스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 정부는 물론 학부모와 유치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등 구조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특히 원아모집 중단, 폐원 등 아이를 볼모로 실력 행사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어른들 돈 장난에 어린이들이 상처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