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강릉 노파 살인 용의자, 항소심에서도 무죄
'장기미제' 강릉 노파 살인 용의자, 항소심에서도 무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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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쪽지문만으로 유죄 인정 어려워…원심 판단 적법"
'강릉 60대 노파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A(49·당시 37세)씨의 1㎝길이의 반쪽 지문. (사진=강원지방경찰청 제공)
'강릉 60대 노파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A(49·당시 37세)씨의 1㎝길이의 반쪽 지문. (사진=강원지방경찰청 제공)

‘장기미제 사건’인 강릉 노파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 1부(김복형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로 석방된 정모(50)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피고인의 쪽지문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적법하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강릉 노파 살인사건은 2005년 5월13일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혼자 살고 있던 A(당시 70세·여)씨가 손발이 묶인 채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정씨에게 주먹과 발로 얼굴과 가슴 부위를 수차례 구타당하고, 포장용 롤 테이프로 얼굴 전체를 묶였다. 손과 발은 전화선 등으로 결박당했다.

이후 정씨는 A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고 있던 순돈 금반지 1개와 오른손 팔목에 차고 있던 순금 체인형 팔찌 1개를 훔쳐 달아났다.

구타를 당하고 온 몸이 묶인 채 방치됐던 A씨는 후복막강 출혈과 신장파열, 비구폐색성 질식 등의 이유로 사망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현장에서 17점의 지문을 채취했으나 대부분 A씨의 가족들의 것이었고, 이외에 결정적인 단서도 확보하지 못했다.

유일한 단서는 A씨의 얼굴을 감는 데 사용한 포장용 테이프에 흐릿하게 남은 길이 1㎝ 남짓한 조각 지문이었다.

하지만 이 지문은 테이프에 새겨진 글자와 겹쳐져 있었고, 지문을 이루는 곡선마저 뚜렷하지 않아 당시의 기술로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 7월 경찰청은 발전한 지문 감식 기술로 흐릿했던 조각 지문을 선명하게 만드는데 성공, A씨 주변을 중심으로 재수사를 벌여 정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 지었다.

이에 정씨는 지난해 9월 기소됐으나, 지난해 12월 15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당시 참여재판 배심원 9명 중 8명도 정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각 지문이 노파의 얼굴을 테이프로 감아 제압하는 범행 과정에서 찍힌 것인지, 범행과는 전혀 무관하게 어떠한 경위에 의해 남겨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즉,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증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지문감정 결과에 의하면 정씨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그러나 범행과는 무관하게 남겨졌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씨도 1심 재판에서 "범행 현장에 간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포장용 테이프에 자신의 쪽지문이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설명을 하지 못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