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목표, 재벌기업 인수해 공동체 건설"
"드루킹 일당 목표, 재벌기업 인수해 공동체 건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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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경공모 목표 위해 김경수 등 정치권에 접근"
오사카 총영사직 무산되자 "토사구팽 당했다" 분노
여론조작 사건의 '드루킹' 김모씨. (사진=연합뉴스)
여론조작 사건의 '드루킹' 김모씨.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일당이 내부적으로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재벌기업을 인수·합병해 얻은 수익금으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익범 특별검사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23일 열린 '드루킹' 김모씨 등 9명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우선 이날 특검은 김씨가 이끌었던 네이버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성격과 목적 등을 설명하며 댓글조작을 실행한 경위 등을 설명했다.

특검이 공개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김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경공모의 소개와 규약 등이 담긴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에서 김씨는 경공모를 "동학농민혁명군처럼 혁명을 위한 조직으로 일사불란한 의견과 행동, 조직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적 비밀결사체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재벌을 대신해 기업을 소유하면서 국가와 소통하고, 한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며 매국노를 청산한다"는 등의 내용도 적혔다.

아울러 김씨는 문서를 통해 경공모의 숨은 카페에 가입하려면 회원들을 7단계 등급으로 나눠 3개월 넘게 유료 강의 청취 등 활동을 해야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도 알렸다.

문서에서 김씨는 경공모의 숨은 카페 회원은 500여명, 열린 카페 회원은 4500여명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와 함께 특검은 이날 김씨가 김 지사 등 정치권에 접근한 경위와 경공모의 최종 목적에 대한 내용이 담긴 도모 변호사의 진술도 공개했다.

도 변호사는 검찰조사에서는 "당시 경공모의 최종 목적은 재벌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해 기업지배 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두루미 마을'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보니 대선 국면에서 국회에 영향력을 확대해 인수합병 관련 법 개정 등 정치권의 도움을 받으려 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도 변호사는 김씨에게 보낸 편지 등의 내용을 보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을 한 것도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편지에서 도 변호사는 "내가 일본 대사로 가고 싶다고 한 건 일본 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 (당시) 의원이 자문위원을 제안한 것은 우리 공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가 김 지사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이와 상통하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에서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탬이 되는 '개성특별행정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본의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직위가 필요했다"고 적었다.

'외부용'으로 만들어진 경공모 설명자료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자료에는 "대선에 승리해 정권을 장악하고,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재벌 지배 및 구조 변경을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제민주화'는 강력한 정부에 의한 재벌 통제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종인 식'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소액주주의 조직적 결집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이들의 대화에는 김 지사에게 한 인사 청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실망스러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도 변호사는 김씨에 "토사구팽 당했다"면서 "뉴스 작업을 중단하고 지방선거 작업도 하지 않겠다고 김 의원에게 통보하거나,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인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갱생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회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양아치들이라 꼼짝 못 할 증거가 없는 한 항복할 것 같지 않다"면서 "김 지사 측에 약점이 될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보냈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고 사용을 승인·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기사 8만1623개에 달린 댓글 140만643개를 대상으로 9971만1788회 공감 혹은 비공감 클릭 신호를 보냈다고 보고 있다.

이 중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2018년 2월1일까지 기사 7만6083개에 달린 댓글 118만8866개를 대상으로 한 8840만1214회의 공감 혹은 비공감 클릭 신호를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 김 지사는 2017년 12월28일, 2018년 1월2일께 김씨에게 '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 회원 도모(아보카)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표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