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시간 불과 '1분30초'… 범죄 표적된 새마을금고
범행 시간 불과 '1분30초'… 범죄 표적된 새마을금고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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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강도 경북서만 올해 유사사건 4건 발생
CCTV 분석해 3시간여만에 검거… "경비인력 부족"
22일 오전 9시 25분께 강도 사건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 안강읍 한 새마을금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9시 25분께 강도 사건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 안강읍 한 새마을금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북 경주 한 새마을금고에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했다. 이 강도는 직원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현금 2000여만원을 갈취했다.

강도가 범행을 저지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30초.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은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미리 세워둔 차를 타고 유유히 달아났다.

이 같은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은 경북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다. 한적한 도심 외곽에 청원 경찰도 따로 없는 소규모 금융기관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7분께 모자와 마스크를 쓴 A(46)씨는 안강읍 모 새마을금고가 문을 열자마자 쏜살같이 뛰어들어 왔다.

이어 그는 창구를 돌아서 한 직원에게 다가갔고, 가지고 있던 흉기를 휘둘렀다. 경비원이나 청원경찰이 없던 탓에 직원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당시 새마을금고에는 남자 직원 2명, 여자 직원 1명만 있었다. 결국 A씨가 휘둘린 흉기에 남자 직원들은 가슴을 찔리는 등 부상을 입었다.

직원들을 위협해 제압한 뒤 A씨는 금고 안에 있던 2400만원의 돈을 흰색 줄무늬가 있는 검은색 가방에 쓸어 담았다.

불과 1분이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범행을 신속히 마친 A씨는 새마을금고 주변 중 CCTV가 많은 곳을 피해 대기시켜 놓은 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A씨가 현장을 빠져 나가자 직원은 전화하거나 책상 아래 비상벨을 눌러 신고했다. 범행 직후 금고를 방문했던 주민은 "직원이 피를 흘리며 경찰에 신고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주변 CCTV 분석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범행 직후 새마을금고 주변에서 차 1대가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 A씨를 용의자로 특정 지었다.

이후 경찰은 이 차 번호를 계속 추적해 소유주를 확인했다. 끈질긴 추적으로 이날 낮 12시 50분께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집에서 A씨를 붙잡았다. 범행 3시간 30여분 만이었다.

검거 당시 A씨는 약물을 과다하게 복용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그를 병원으로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 A씨는 치료 중이다.

A씨 집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피가 묻은 흉기가 발견됐다. 또 A씨의 집 근처에서는 A씨가 타고 달아난 차와 그가 강탈한 2400여만원이 든 돈 가방이 발견됐다.

이와 같은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경북에서 발생한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만 해도 벌써 4번째다.

앞서 지난 8월 7일에는 포항시 북구 용흥동 새마을금고에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해 현금 450여만원을 빼앗아 도주했다. 지난 7월 16일 영주와 6월 5일 영천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발생한 새마을금고에는 모두 청원경찰 등 경비인력이 없어 강도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비인력과 방범 시스템이 취약한 금고가 범행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점포 자산, 당기순이익 등으로 청원경찰 배치 기준을 정해 각 점포에 '권고'하고 있다.

이에 점포별로 청원경찰 등 충원에 나서도록 권유하고는 있으나 '강제규정'이 아닌 탓에 충원 속도는 더디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강도 사건에 새마을금고가 경비인력과 방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안전시설과 장비를 점검하고 금고별로 경비인력을 확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한꺼번에 일시적으로 채용할 수 없고 채용 여부는 해당 금고가 결정하고 인력 충원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