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지난 해 5월 교체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본격적 국정감사라고 해야 할 올 해 국정감사 막판에 공공 일자리세습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통계상의 일자리 감소가 IMF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참사 수준으로 곤두박질을 치는데 잇달아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부조리 실상이 드러나 우리사회가 들끓고 있다. 철 밥통이자 요새말로 꿀 직장으로 불리는 서울시 산하 지하철 서울교통공사가 직원을 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심각한 수준의 부정이 드러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전 직원의 11.1%가 친인척 관계인 것도 드러났다.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서로 친인척관계라고 하니 참 한심한 일이다.
서울시는 2016년 5월 구의역 안전시설을 점검하던 청년 근로자 사고사망 이후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안전관련 업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실상은 안전업무만이 아니라 이발사, 청소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방만, 꼼수 실태가 알려진 것이다. 만년적자로 경영압박을 받는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주장이 엄살이 아닌지 의심된다.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전직 과정의 부조리 백태는 공기업 전 방위로 확산 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를 필두로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산하 각 공기업 등에서 채용, 전직, 승진 과정 전반에서 부정, 부당, 부적절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친인척 무더기 채용은 말할 것도 없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는 협력업체의 비전문직 일용 고용자 친인척이나 연고자를 무더기로 뽑아 정규직으로 보내고, 승진은 일사천리로 시키는 특혜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기상천외한 고용비리 복마전 뒤에는 민주노총 등 귀족노조가 개입돼 있다는 폭로도 잇따른다.
한동안 민간 대기업의 노조가 2세들을 특혜로 취업시킨다고 현대판 음서제도라 해 사회적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공공기업의 고용독식과 세습적 작태야말로 명백한 음서제의 부활이다.
국민의 혈세를 자본으로 국민의 공적이익에 봉사하는 공공기관의 일자리 세습은 밥줄 부정으로 자유민주공화정 아래서 최악의 부조리다. 토지나 신분에 밥줄이 달린 전근대사회가 아닌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일자리가 밥줄이고 민심이자 표심이다. 밥줄과 민심과 표심은 한 줄에 묶여있다.
정권을 뒤엎은 촛불정신은 공적 정책결정에 턱없는 사적 비선이 얽혀서 밥줄과 민심과 표심을 교란시킨 데 분노해 타 오른 불꽃이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아름다운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허탈한 순간이다.
야 3당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공기업 고용부조리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은 정치공세여 국정 발목잡기라고 녹음기 다시듣기를 반복한다.
바람만 세게 불어도 대통령, 청와대 총리실이 한 목소리로 신속강력대처 하더니 50만 공시준비생이 분통터져 가슴치고 촛불부대, 태극기부대가 한목소리로 질타하는 밥줄민심은 강 건너 촛불인가. 고용대란 일자리 세습에 촛불이 가물가물 한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개 짓이 거대한 태풍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