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쟁으로 얼룩진 국토위 맹탕국감 그만
[기자수첩] 정쟁으로 얼룩진 국토위 맹탕국감 그만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0.22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맹탕 국감이다. 식물 국감이다"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일반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국토교통위원회를 지켜보는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증인 없는 국감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여야 국토위원들이 국감장을 '정쟁터'로 만든 탓이다. 국감장에서는 매일같이 신규 택지개발 후보지 불법유출 의혹을 받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자의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고성이 오간다. 

지난주 금요일만 해도 "증인 없는 국감이 어디 있나. 여당이 양보해라"든지 "야당이 고발했기 때문에 관련 법률에 따라 증인채택을 못 한 거 아니냐"는 둥 여전히 "네 탓이오" 식 발언이 난무했다. 

여기에 상대 당의 양보를 요구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민을 들먹이는 모습은 꼴사납기 그지없다. 증인신청을 막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증인신청을 애초에 하지 말라는 논리다.

그 누구도 여론의 쌀쌀한 눈초리가 두렵지 않느냐며 윽박지르기 전에 국민에게 먼저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 국민이 부여한 감사권리를 반쪽짜리로 만들어 놓고 국민 운운하는 뻔뻔한 직무유기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애석한 일이다. 여야가 서로 으르렁거릴수록 매년 국감에서 비윤리·불법적 경영실태에 관해 국민적 심판을 받아왔던 건설·자동차·항공업계 CEO들은 미소 짓고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올해는 BMW 화재사고와 대한항공·금호아시아나그룹 재벌가 갑질 등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들이 많았다. 사실상 이번 국감에서 문제의 원인이 철저히 규명됐어야 하는 사안들이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국토위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기업 총수로부터 재발방지 대책도 약속받아야 했다.

국감 첫날 증인채택 문제로 언성 높이는 동료들을 지켜보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소중한 시간을 증인채택 다툼으로 40분이나 소비했다"고. 이제 그 소중한 시간을 그만 낭비할 때다.  

국토위는 지금이라도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조속히 국감증인 채택을 마무리해야 한다. 여야 공동의 대국민 사과도 있어야 한다. 여야가 견해차를 보이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이를 핑계로 민심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아쉬울 때만 열심히 국민을 찾는 국회의원들. 정작 국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 순간,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