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마지막 메시지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머릿속에 걸려있다. 아무개로 기억되는 의병들이 생명을 걸고 지켜낸 대한독립, 그렇게 우리는 독립된 조국에서 그들의 후손으로 만났다.
드라마에서 역사의 주인공으로 생생하게 살려낸 민초들 _ 총든 노비·제빵사·인력거꾼… _ 그 아무개 의병들은 위기의 나라를 구하러 나섰고,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독립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 100년 전 대한독립을 위해 싸웠던 의병선조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엔 누가 사는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수 있소?”
극중 유진초이가 고애신에게 던진 물음은 곧 지금의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백정과 노비는 없지만 여전히 봉건시대 유물같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있고, 갑과 을로 더 하면 병까지 나눠져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헬조선’이라 자조하는 꿈을 잃은 청년들이 넘쳐났습니다. 주권독립은 됐지만 공정하고 정의로운 민생독립을 위해 싸우는 아무개들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나라를 내어준 친일파 후손들은 3대가 흥하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외세와 일제에 맞서 싸운 후손들은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있는 현실에 더욱더 면목이 없고, 부끄럽다. 그렇다고 독립을 위해 싸운 의병선조들의 희생이 무용하고, 헛되기만 했을까?
“‘전쟁을 해보면 말입니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떤 여인도 어떤 포수도 지키고자 아등바등인 조선이니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진 마십시오.’라는 가르침 잊지 않았습니다. 국정을 사유화하고 헌법을 농락한 혼용무도한 권력에 맞서 싸웠습니다. 칼과 총대신 가장 정의롭고 평화로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때의 거리에 모인 의병들처럼, 이게 나라냐? 이런 무도한 정권이 아무일 없이 임기를 끝내는 것이 정의로운가? 국민의 힘으로 탄핵됐다고 기록되는 것이 의병정신에 맞는가? 물었고 아무개의 이름으로 탄핵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의병선조들의 희생에 대한 빚진 마음을 행동으로 갚아가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력거꾼, 백정, 노비로 살아온 그들에게 서러움만 준 나라 조선, 그 나라를 위해목숨을 내놓으며 싸우는 의병의 길을 택한 어리석어 보이는 백성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이다. 나라에서 온갖 특혜를 누려온 고관대작들은 오히려 나라를 내어주고 자신들의 특권을 이어가기 위해 발버둥쳤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사람도, 정의도, 사랑도, 기억해야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다.
“이 드라마로 ‘아무개 의병’들이 기억되길 바란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다.
기억과 기록의 힘은 쎄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2030들이 6월1일 의병의 날을 기억하고 태극기를 달자고 한다.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친일파 명단을 정리해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친일파 후손들이 운영하는 관광지 정보도 찾아내고 있다.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을 괴롭힌 친일파의 묘는 국립묘지에 있고 의병들은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른다’며 문제제기를 한다.
최근 제주 해군지기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전승기(욱일기)를 달고 입항하겠다는 일본에 대한 분노하고 정부대응에 의견을 보탠다.
집권여당의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18일 ‘미스터 션샤인’으로 읽는 시대코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드라마 미션(‘미스터 션샤인’의 줄임말)현상, 미션효과라 할만하다. 기록되고, 기억된 역사효과라 부를만 하다.
내년 2019년은 31운동, 임시정부수립 100년이 되는 해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글로벌 OTT 사업자를 통해 방영된다니 반갑고 통쾌하다.
이참에 그간 왜곡된 일본의 군 위안부, 군함도 등 만행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왜곡에 맞서 싸워야 한다. 아울러 제 2, 3의 ‘미스터 션샤인’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만시지탄이지만 국가보훈처가 국외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의 후손과 ‘의병’의 후손을 집중적으로 찾는다니 반갑다. 국가를 위한 희생을 국가는 돌판에 새겨 끝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내어주지 않고 싸운다.
또한 남북이 공동으로 100년의 역사를 기억하고 행동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100년의 건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중이다. ‘미스터 션샤인’의 ‘미션’을 수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