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러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에 분노한 학부모들이 속속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교육부도 사립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미련 중이다.
정부지원금으로 명품가방과 성인용품을 구매해 논란을 일으킨 A유치원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21일 집회를 열고,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도입할 것과 입학할 때 ‘처음학교’ 시스템으로 선발할 것을 강력 요구했다. 이외에도 동탄에 단설유치원 신설, 국공립 유치원 확충, 비리 적발 유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요청했다.
2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는 박용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명단의 밑바탕이 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한 손에는 보라색 풍선을, 다른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공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에 힘을 얻어 유아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절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그동안의 잘못을 시인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사립유치원들이 과거의 관행과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유총’은 20일 국민적 지탄은 아랑곳 않고, 2014년부터 작년까지 징계 받은 교육부 공무원이 3693명으로 부처 가운데 가장 많았다면서 공금 횡령·유용으로 징계된 교육부 공무원 77명을 전수조사하고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격이다. 교육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누가 진짜 ‘세금도둑’인지 가려보자며 으름장을 놓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21일에는 충남을 제외한 전국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전체 사립유치원 4220곳 가운데 한유총 소속 유치원은 3173곳으로 75.2%에 이른다.
사립유치원들이 정부의 촉구에도 유치원 원서접수와 추첨을 온라인으로 하는 ‘처음학교로’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공개로 궁지에 몰린 이들이 내년도 원아모집 포기까지 연계하면서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이는 엄연한 공공성에 대한 도전이고 정부정책에 대한 반기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아교육자로서의 책임 방기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이런 공공성에 대한 보상차원이었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증식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보육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집단이기주의에 타협하거나 뒷걸음질 쳐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나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맡겨야 하는 학부모들의 문제이고 우리 아이들의 문제다.
원칙만이 모든 문제를 풀어낸다. 아이들을 놓고 편법과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