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된 국공립 유치원…"부모에 선택권 보장해야"
'로또' 된 국공립 유치원…"부모에 선택권 보장해야"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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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유치원 선택 어려워…국공립 확대 힘써야"
지역별 취원율 천차 만별…"실효성도 함께 고려해야"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매년 11월~2월이면 4~7살 아이를 둔 부모들은 휴가까지 탈탈 털어가며 '로또'라고 불릴 만큼 치열한 유치원 입학 전쟁을 벌인다.

시설·원비 차이, 운영 투명성 등으로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유치원에 내 아이를 보내기 위해 부모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최근 터진 유치원 회계비리로 학부모들의 사립유치원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국공립유치원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치원 교육의 불신이 깊어진 데다 유치원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 학부모들은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확충에 보다 힘써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1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은 25.5%에 그친다. 유치원생 4명 가운데 1명 정도만 국공립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역별로 취원율도 천자 만별이다.

주로 서울·부산·대전 등 특별시·광역시보다는 도 단위 지역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높고, 구도심보다는 신도시나 농어촌지역의 취원율이 높다.

전남(52.2%)과 제주(49.2%)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이미 정부가 2022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40%를 넘겼고, 세종시의 경우 국공립 취원율이 96.2%에 이른다.

반면 서울지역(교육청·교육지원청 기준)의 경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8.0%로 전국 평균을 밑돌고, 경기도도 평균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24.4%로 전국 취원율 보다 낮다.

대전(18.8%)과 대구(17.5%), 광주(18.3%), 부산(15.8%) 등도 전체적으로 국공립 취원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립유치원이 많은 도심에서는 국공립유치원의 확대에 반발이 커, 주로 농어촌이나 개발이 막 시작된 신도시 위주로 국공립유치원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방침이 실현되더라도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도심 학부모들의 경우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한 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40%라는 수치 달성만 목표로 하기 보다 학부모가 제대로 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증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도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립유치원을 계속 확충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청원인은 "유치원 입학이 무엇이라고 학부모들이 아침 일찍부터 기도하면서 추첨을 기다려야 하냐"면서 "내 돈을 주고 유치원에 보내는데, 제발 받아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어린이집 확대를 멈추고 국공립 유치원 증설에 더 힘을 실어달라"면서 "우리나라의 공교육의 출발점인 유치원 교육부터 질적으로 재고된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의 의지를 국민들이 알 것"이라고 촉구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