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인화방지망에 건초 들어가는 등 기능 상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휘발유탱크가 화재에 상시 노출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8일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화재예방, 인력운용, 관제 및 경보 등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관리가 불을 키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휘발유탱크의 10개 유증환기구 중 단 1개에만 화염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염방지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액체나 기체를 방출하는 시설에 설치해야 할 의무가 규정된 화재 예방 장치로, 유증기 환기구마다 설치돼야 한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지난 2014년에 이미 미비사항에 대해 지적을 한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유증환기구 10개 중 9개에는 화염방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증환기구에 설치돼 있던 인화방지망 역시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이 찢어지거나 하단에 틈이 벌여져 내부에 건초가 들어가는 등 기능을 상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탱크 주변에는 잔디와 풀이 무성했고 예초한 건초더미를 그대로 방치했다. 원래는 불이 붙을 수 있는 가연성 물질은 제거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근무 시스템도 부실한 안전관리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당일 근무자는 총 4명이며 그중에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통제실에서 근무한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관제만 맡는 것이 아닌 유류 입출하 업무 등 다른 업무를 주업무로 하고 있었다.
화재 등 유류저장탱크를 관제하는 통제실 장비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제실 화재 감시용 CCTV는 화면이 25개지만, 각 화면이 작아서 사고 현장의 잔디화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또 탱크 내 이상 감지 시 경보음 없이 경보 점멸등만 작동하는 등 근무자가 비상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운 수준임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2차례 진행했으며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관리부실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경인지사장 등 5명을 소환조사했으며 인화방지망과 화염방지기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스링랑카 국적 A씨가 지난 7일 오전 고양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1기에 폭발 사고를 일으키면서 불거졌다.
이 폭발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 260만ℓ가 소실되는 등 추정 피해액만 43억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