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 화재' 人災 잠정 결론…"총체적 부실관리"
'고양 저유소 화재' 人災 잠정 결론…"총체적 부실관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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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환기구 10개 가운데 1개만 화염감지기 설치
찢어진 인화방지망에 건초 들어가는 등 기능 상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 합동 감식팀이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 합동 감식팀이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휘발유탱크가 화재에 상시 노출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18일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화재예방, 인력운용, 관제 및 경보 등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관리가 불을 키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휘발유탱크의 10개 유증환기구 중 단 1개에만 화염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염방지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액체나 기체를 방출하는 시설에 설치해야 할 의무가 규정된 화재 예방 장치로, 유증기 환기구마다 설치돼야 한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지난 2014년에 이미 미비사항에 대해 지적을 한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유증환기구 10개 중 9개에는 화염방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증환기구에 설치돼 있던 인화방지망 역시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이 찢어지거나 하단에 틈이 벌여져 내부에 건초가 들어가는 등 기능을 상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탱크 주변에는 잔디와 풀이 무성했고 예초한 건초더미를 그대로 방치했다. 원래는 불이 붙을 수 있는 가연성 물질은 제거해야 한다.

틈 벌어진 '유증 환기구'
틈 벌어진 '유증 환기구'

이와 함께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근무 시스템도 부실한 안전관리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당일 근무자는 총 4명이며 그중에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통제실에서 근무한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관제만 맡는 것이 아닌 유류 입출하 업무 등 다른 업무를 주업무로 하고 있었다.

화재 등 유류저장탱크를 관제하는 통제실 장비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제실 화재 감시용 CCTV는 화면이 25개지만, 각 화면이 작아서 사고 현장의 잔디화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또 탱크 내 이상 감지 시 경보음 없이 경보 점멸등만 작동하는 등 근무자가 비상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운 수준임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2차례 진행했으며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관리부실 문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경인지사장 등 5명을 소환조사했으며 인화방지망과 화염방지기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스링랑카 국적 A씨가 지난 7일 오전 고양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1기에 폭발 사고를 일으키면서 불거졌다.

이 폭발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 260만ℓ가 소실되는 등 추정 피해액만 43억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