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만하면 터지는 채용 비리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주고 있다. 고용 절벽 위기 속에 금융권의 대규모 채용비리 문제가 채 가시기전에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자녀·형제·배우자·며드리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 직원을 세밀하게 조사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가히 충격적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맞물린 꼼수로, 직원 친인척들이 채용이 쉬운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와 정규직의 과실을 챙긴 것이다. 더욱이 이번 채용 비리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에 따른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관리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조치들을 악용한 것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금융기관과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만큼 선호도가 높은 직장으로 취준생들에게 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하겠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에 노조의 간섭이 있었다는 증언도 공개되면서 ‘채용비리 게이트’파문까지 일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 임직원 3713명 중 26%인 951명이 부부, 형제 등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 측은 주민 우선 채용 방식 때문에 친인척 비율이 높고, 지리적 국한성으로 사내 결혼이 많다고 밝혔지만, 친족 비율이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준을 넘어 보인다.
기업들도 채용비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들 중 단체협약에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식의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기업이 15개나 된다고 하니 ‘일자리 금수저’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노동계의 적폐와 불법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노사 자율’ 원칙을 고수하면서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고용세습 비리는 현대판 음서제로 기득권층과 절대적인 힘을 가진 집단들의 권력형 비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채용 비리는 일자리 약탈 행위이고, 취준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일자리는 먹고 사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청산돼야 할 적폐다. 사회 곳곳에서 만연돼 있는 채용 비리 척결에 나서야 한다.
돈 없고, 빽 없는 젊은이들이 직장 얻기가 힘들어서야 되겠는가. 규정을 무시 편법을 동원한 채용은 횡포나 다름없다. 이참에 채용비리 뿌리를 뽑아야 한다. 실업자 100만 명 시대, 기회의 균등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등하면서도 투명하게 공정한 경쟁 속에서 실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에서 제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중 하나가 사람 뽑는 일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조사 개선 방안을 만들어 채용 문화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