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블라인드 채용 속속
대기업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블라인드 채용 속속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10.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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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쏘시오홀딩스·애경산업…모든 신입 대상
롯데·CJ·종근당·한샘 ‘특정 직무’…SK·현대百도 동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일고 있다. 스펙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일 잘할 수 있는 인재’를 뽑겠다는 것.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와 관련 없는 출신지역·학교·가족관계·신체조건·사진 등 차별적 요소를 제외한 직무능력만을 보고 채용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은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됐다. 민간부문은 기업들이 ‘블라인드’의 의미를 살려 자사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는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이 모든 신입사원을 블라인드로 채용해 주목을 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자회사 동아제약·동아ST 등은 정기공채 신입사원 모두를 블라인드 방식을 활용한 ‘채용전환형 인턴’ 전형으로 뽑는다. 선발된 인턴들은 약 4개월간 근무한 후, 직무능력과 근무성적 등을 종합 평가해 역량이 뛰어난 인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은 앞으로 연구개발 등 전문직을 제외한 전 부문에 걸쳐 순차적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서류·면접 과정에서 최소한의 요건만 만족했다면 학교나 학점 등은 보지 않는다. 채용부문은 △경영지원 △구매·SCM △마케팅&온라인 △디자인 △영업 △연구 △생산 등으로, 합격자는 2개월간의 인턴활동을 거친 뒤 평가를 통해 신입사원으로 전환한다.  

롯데·CJ·종근당·한샘 등은 특정 직무에 한해 블라인드 채용을 활용 중이다. 

롯데의 ‘SPEC태클 전형’이 대표적이다.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시행되며 계열사별로 인력수요가 있는 직무에 대해 블라인드 전형으로 신입·인턴사원을 뽑는다. 롯데백화점의 MD, 롯데마트의 식품MD,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MD, 롯데홈쇼핑의 PD, 롯데닷컴의 프로그래밍 등이 해당한다.

CJ에는 ‘리스펙트 전형’이 있다. 이 전형은 출신학교 및 학점, 영어점수 등 일명 ‘스펙’이라고 불리는 정보를 입사지원서에 일체 기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CJ제일제당의 식품영업·CJENM의 콘서트기획·CJCGV의 멀티플렉스 매니저· CJ대한통운의 계약물류 등의 직무에서 도입됐다.

종근당과 한샘은 영업직에 한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한샘의 경우 ‘홈 리더(Home Leader) 전형’을 통해 지원자의 이름과 연락처 외에 개인정보를 노출할 수 없도록 했다. 만약 사진·나이·출신학교·어학점수 등을 기재할 경우 감점을 받는다.

또 SK의 ‘바이킹챌린지 전형’은 틀에 박힌 취업스펙이 아닌 지원자의 스토리와 역량만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SK는 자기분야에서의 넘치는 끼와 열정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인재를 바이킹형 인재라고 부른다. 

현대백화점에는 ‘워너비 패셔니스타(Wannabe Passionista) 전형’이 있다. 지원자들은 500자 내의 자기 PR을 작성하고 최대 10MB의 관련 파일을 등록해 본인을 어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름·학교명·전공·성적 등은 모두 배제한 채 인터뷰가 이뤄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 스펙 중심으로 직원을 뽑다보니 실제 직무에서 기대했던만큼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으로 뽑은 인재들은 경력직과 견주어 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직무능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도 기업들의 블라인드 채용 추세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