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월세‧최저임금에 대출금리까지… 떨고 있는 중기‧자영업자들
[긴급진단] 월세‧최저임금에 대출금리까지… 떨고 있는 중기‧자영업자들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10.17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자비용 감내할 내수 뒷받침 안돼"… 한계기업 7년 새 33% 늘기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건물주인은 월세를 올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이 와중에 아르바이트생들의 최저시급이 오르고 대출금리까지 더 내야 할 판입니다.”
서울에서 요식업을 하는 A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슬금슬금 올라 부담스러운데 이제는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한다는 소식에 마른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한다.
A씨가 매달 은행에 상납(?)하는 대출금액은 매달 150만원.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0.25%포인트 인상하고 미국이 12월 또 다시 금리를 전격 올리면 연간 수십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A씨는 "수출이 역대 최대라는 등의 뉴스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며 "5년 전에 비해 손님들은 10%가량 줄어 내수경기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가 다가오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중심으로 잠재적인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금이 넉넉한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을 줄여왔기에 금리인상기에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반대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대출금리 인상에 벌써부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날 대출금리만큼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중소기업 가운데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유섭 의원이 한국은행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계 중소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730개에 달했다. 이는 국내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의 14.4%에 달하는 규모다. 7년 전인 2010년 당시 2050개에서 33%나 늘었다.

한계 중소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중소기업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가 3년째 지속됐다는 의미다. 이들 한계기업에 대해 적절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연쇄도산으로 이어지면 경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특히 초기 소상공인의 경우 사업비용의 절반가량을 대출에 의존한다"며 "이미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금리까지 계속 오르게 된다면 이들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이로 인한 내수경제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이번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 둔감한 반응이다. 일부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해 선제적으로 위기대응에 나섰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차입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연내 금리 상승폭 정도의 변화로는 투자·생산·고용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백승룡 기자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