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이번 제도 적용은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정부는 단시간에 변화된 제도를 적용함에 있어 업계와 노동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 위반 시 처벌을 6개월 간 유예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예기간과 별개로 산업 일선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애로 사항과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경우 인건비 상승과 공사기간 증가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지 3개월 지난 현재, 12개 대형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첫째, ‘정부의 세부지침 부재’다. 지난 6월 기재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 지침’을 발표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공공사 현장 비용의 산정 기준 및 향후 발주 예정 공사에 대한 명확한 처리 지침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공사가 발주기관에 공사기간 및 공사비 변경 요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민간공사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계약 변경에 어려움이 더 크게 존재하고 있다.
둘째, ‘품질저하 및 안전관리 공백 우려’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관리자 부재 시간 증가, 숙련공 확보 어려움 및 잦은 인원 교대가 발생해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현장 미경험자 및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셋째, ‘근로자 관리 문제 발생’이다. 한 현장 내 업체 간 근로시간이 상이해 혼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능인력 임금이 감소해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지 않는 현장으로 이직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건설업은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옥외사업이기 때문에 현재 취업 규칙에 의해 2주 단위 또는 노사 간 합의에 의해 3개월 단위로 운용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건설업체와의 근무시간 격차 발생 및 해외 현장 파견 기피 등으로 해외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보다 먼저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일본의 경우 제도를 적용하는 데 있어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해 5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 유예 기간 동안 장시간 노동 해소, 주휴 2일 확보를 위한 방안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휴 2일 대상 공사의 실시 건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를 모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현장을 시각화해 홍보하고 있다. 또, 공공공사의 경우 주휴 2일 공사 실시 확대를 위해 노무비와 기계경비, 가설비, 현장 관리비의 보정률을 재검토해 공사비를 4~5% 정도 증액했다. 지난 2017년 8월에는 ‘적정한 공기 설정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적정한 공사기간도 정부에서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6개월 유예기간이 도입된 현재, 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 기간 및 공사비 증액 관련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은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사 금액을 기준으로 한 사업 현장별 적용 및 숙련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